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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⑧ 농한기 추억

입력 : 2017-02-13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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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 추억


 

초가집 처마에 고드름 자라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 천장의 쥐들은 혼례라도 붙으려는지 뛰어다니다가 소리 지르다가 급기야는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결국, 식구들은 일어나 쥐잡기에 돌입하고 동작 빠른 쥐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줄행랑을 쳤다. 긴긴 겨울밤 잠은 안 오고 날고구마 몇 개 꺼내 깎아 먹고 할머니를 졸라서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구들이 식을 무렵 어머니는 벌써 일어나 가마솥에 무를 잔뜩 깔고 쌀보다 보리가 더 많은 무 보리밥을 했다. 양은 솥에는 무를 가득 넣고 코다리를 넣은 찜이 김을 뿜고 있다. 소나무 잎으로 불을 때면 화력도 좋고 그 냄새도 참 좋다. 아들만 넷인 엄니는 혼자 밥하고 국 끓이고 설거지까지 하면서 부엌을 떠나지 못했다. 누룽지라도 배불리 먹지 못한 한이 남으셨다. 그때 누룽지는 진짜로 맛있었다.

 

아버지는 쇠죽을 끓였다. 짚을 썰어 넣고 콩대도 들어가고 쌀겨 몇 바가지 넣은 다음에 물을 붓고 끓이면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 솥에 양동이나 세숫대야에 물을 데워 식구들 아침 세수를 했다. 늦게 나가면 그 물도 동이 나고 찬물로 세수를 해야 한다. 아침마다 서둘러야 한다. 방학이더라도 밥은 반드시 세수하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살얼음 낀 동치미에 시래깃국 배추김치 코다리찜의 무는 정말 맛있었는데….

 

밥을 먹으면 동네 아이들이 물을 가두어 스케이트장이 된 논에서 썰매를 탔다. 논 주인과 물을 먹고 트고 겨우내 씨름이 벌어졌지만, 아이들이 승자가 되었다. 중학생만 되어도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가서 사뭇꾼이 되었다. 죽은 나뭇가지를 주워 오거나 솔잎과 밤나무 잎을 갈퀴로 긁어모아 칡넝쿨로 나무 동을 만들어지고 왔다. 그렇게 추위와 한판을 나무꾼으로 지내면 봄은 금세 찾아왔다.

 

자기 한 몸을 불살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쓰겠다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백기를 든 사람이 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역사책 두 페이지는 아닐지 라도 한 페이지는 충분히 장식했을 텐데 말이다. 뭘 먹을 게 있다고 사람들 대동하고 매일 뉴스 첫머리에 땡전 뉴스처럼 장터로 묘지로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온갖 구설은 다 만들고 결국 나쁜 언론과 못된 이기주의자들 때문에 그만둔단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으므로 불출마 선언은 무효라고 하던디?




신희곤 도시농부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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