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⑭ 소나기도 감지덕지

입력 : 2017-07-02 21:30:00
수정 : 0000-00-00 00:00:00

 
소나기도 감지덕지
 

기다리던 비가 내렸습니다. 여기저기 물이 고여있고 아까시나무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걸로 보아서 방금전에 멈춘 거 같습니다. 마침 밭에 놀러온 아이들이 신이나서 담배잎을 따 우산대신 머리에 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담배는 뭐 금연한지 10년 되었으므로 한개도 아깝거나 불쌍타고 생각지 않습니다. 좀 더 자주 더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램만 가져 봅니다. 소나기라도 어디인가요? 물 조리개로 백번은 주었을 만큼 내렸네요. 감사할 일 입니다.



주말에는 고향 동문들이 밭에 들러 점심을 드시고 가셨습니다. 다행히 날이 그리 덥지 않았습니다. 상추가 입에서 녹는다 하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기분이 좋으셔서 술을 많이 드시고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들 가셨습니다. 어제는 작년에 텃밭 하던 젊은 엄마가 부산으로 이사간다해서 밭에서 송별식을 했습니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리는 우리의 자랑스런 엄마들 때문에 소나기가 밭에 한차례 뿌렸던 것 같습니다. 감사할 일 입니다.

 

도라지 밭에 풀이 참으로 많습니다. 세 번을 뽑았는데 울엄니 말씀대로면 아직도 일곱 번을 뽑아야 합니다. 도라지 싹이 잘 나지 않은 곳에는 흑토마토를 심었습니다. 한쪽에는 아예 들깨 모종을 부었습니다. 마늘과 감자를 캔 자리에 들깨를 심을려고 합니다. 하지가 되면 마늘, 양파, 완두콩과 강낭콩을 수확합니다. 감자도 이 때 캐야하죠. 장마철이 되면 콩들은 꼬투리가 썩어 싹이 납니다. 강낭콩 한 냄비를 감자 찔 때 같이 쪄서 별미로 해치웠습니다. 감자도 맛이 좋은데 수확량이 너무 적네요.

 

접시꽃이 길가에 가득 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그리움이 절절 묻어나는 시를 써서 묻 여성들을 울렸던 그 시인은 장관 후보가 되었네요. 다음 해에 바로 재혼을 했다나요? 옥수수밭에 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옥수수 모종을 심어야 합니다. 뜨거운 여름볕에 잘 익은 옥수수를 하모니카 불듯이 몇 자루 해치울 생각에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다.



도시농부 신희곤

 

#68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