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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고양파주생협] 봄을 먹는 일, 봄을 사는 일, 봄이 되는 일

입력 : 2016-04-07 15:38:00
수정 : 0000-00-00 00:00:00

 

봄을 먹는 일, 봄을 사는 일, 봄이 되는 일

 


 

봄을 먹다

시설재배가 흔한 지금은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그래도 봄이 왔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데에는 음식만한 게 없습니다. 

나이들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먹는 봄동 들어가고 나면 봄부추와 냉이, 달래, 씀바귀, 쑥 등속이 뒤를 잇습니다. 

아직 철은 조금 이르지만 두릅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된장국으로 먹고 밥과 함께 비벼먹고 샐러드로 먹고 전으로 먹고 무쳐먹고 데쳐먹고 튀겨먹고, 어떻게 먹어도 봄입니다. 


봄나물에서 철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향기와 맛 때문일 터입니다. 

봄나물 쓴 맛이 겨우내 묵은 혀와 몸을 깨웁니다. 

그러고보니 이십년도 훨씬 전 대학 새내기 시절의 어느 봄날, 선배가 ‘첫사랑의 맛이야’하며 내민 라일락 어린 이파리의 맛도 그러하였습니다. 

이래저래 봄은 살짝 쓴 맛인가 봅니다.

 

 

봄을 살다

파주 적성면 가월리 사는 이원경 농부가 일년 중 가장 먼저 심는 작물은 감자입니다. 

설 지나 겨울 추위 누그러지는 2월 중순이면 하우스 안에서 햇볕 쬐어 감자싹을 틔웁니다. 

마르지 않게 간간이 물 뿌리는 수고도 더하지요. 

그러다 싹이 거뭇거뭇해지면 반으로 자른 감자에 재를 묻혀 밭에 옮겨 심습니다. 

올해 이원경 농부네는 3월 마지막 토요일인 26일에 씨감자 심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벼 농사도 이맘때부터 준비합니다. 

볍씨를 고르는 일입니다. 

달걀이 뜰 정도의 짠 소금물에 볍씨를 담그면 잘 여문 놈들만 가라앉습니다. 

얼른 건져내어 맹물로 헹궈 소금기 없애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은 소독하고 싹 틔울 준비도 해야합니다. 

올해 볍씨 고르기는 식목일 즈음 예정이라는군요. 

그러고보면 볍씨 고르는 일은 쭉정이 솎아내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이 봄 마음은 쭉정이같이 들썩이는데, 볍씨 고르고 남은 쭉정이 신세될까 싶어 도로 자리에 앉습니다.

 

 

좌수일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장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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