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한 여름 밤의 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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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꿀초
하지(夏至, 6월 21일)를 조금 특별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날 하루만큼은 전등, 텔레비전, 컴퓨터 등 전기기기의 전원을 끄고 삼삼오오 촛불을 켭니다. 한살림 ‘하지문화제’에 모인 이들입니다. 동력자전거로 간단한 요리를 해먹거나 밀랍초와 한지등을 만듭니다. 시낭송회와 음악회, 영화상영회를 열어 이웃과 함께합니다. 매해 하짓날이면 열리는 이 소박한 문화제는 2001년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캐나다 시민들의 정전시위에서 영감 받아 시작되어 한살림 지부, 마을모임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를 켜고 둘러앉은 모두의 얼굴에 촛불 그림자와 함께 생명의 기운 아른거립니다.
본래 어둠을 밝히기 위했던 초는 지금에 와선 특별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지요. 그 특유의 향과 분위기로부터 심신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초 대부분은 석유 정제 물질인 파라핀으로 만들어 몸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파라핀 초가 타면서 독성이 강한 톨루엔과 벤젠을 내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꿀초라 불리는 밀랍초가 있습니다. 밀랍은 꿀을 먹은 벌이 벌집을 만들기 위해 신진대사를 통해 체내에서 생산하는 물질입니다. 6kg의 꿀을 먹어야 1kg의 밀랍이 나옵니다. 밀랍초 만들기는 이 밀랍을 녹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밀랍을 70~80℃가량 되는 따듯한 물에 중탕으로 녹여 밀랍물로 만든 뒤 필터로 두세 번 불순물을 거릅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초가 잘 타지 않습니다. 밀랍물이 준비되면 초의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성형합니다. 만들자면 손이 많이 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요. 자연에서 온 밀랍을 모양새만 바꾸는 것이라 우리 몸에 해로울리 없습니다. 초를 끌 때는 핀셋으로 심지를 기울여 촛농에 담그면 연기도 나지 않고 심지도 코팅이 되어 좋습니다.
쉬이 잠들지 않는 여름밤, 일상화된 소비의 전원 잠시 꺼두고 꿀초 밝혀보는 건 어떨까요.
손문정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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