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씨앗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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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누구의 것인가
솔뫼농장 토마토 생육 이상 속에 숨겨진 씨앗의 문제
▲문제가 된 솔뫼농장의 토마토
괴산 솔뫼농장의 여덟 농가에서 세 달 동안 애써 키워 온 토마토(하우스 25동, 총 14,876㎡)가 돌연 순 자람이 멈추고 이상한 모양의 열매가 달려 모두 뽑아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흙살림연구소,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의 전문가들은 현장조사 후 “토마토의 자라는 모습은 비정상적이고, 토양이나 병해충 때문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씨앗을 분석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번(2016년)에 구입한 씨앗이 이전(2015년)에 구입한 씨앗과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씨앗의 문제였습니다.
피해농가에서는 새 모종을 기르고 있지만 일찍 추워지는 지역 기후 탓에 기존 수확량의 반이나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들인 품과 비용, 정신적 고통은 또 어떡하고요. 생산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종묘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요구했고, 지난 5월 19일(목) 대전에 있는 명산종묘 본사를 찾았지만 책임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이후 세 차례의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종묘회사는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그해 유난히 농사가 잘 되어 출하 전 갈무리하여 씨종자로 남기고 이웃 농가에도 나눠주었다면, 법을 어겼기 십상입니다. 종자산업법 때문입니다.
농업 개방과 무역 세계화 이후 종자는 ‘특허’의 대상으로 간주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습니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의 초국적 농업생물·화학기업이 전 세계 종자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일부 품목은 종자비가 생산비의 절반을 넘기도 합니다.
농부의 자가채종은 제한되고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인 ‘종자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을 위해 해마다 시장에서 종자를 구입해 심어야 합니다. 종자는 땅에 심었을 때 유지와 보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로소 ‘땅’에 맞는 종자가 된다는 점에서 농부의 자가채종 권리는 보다 폭넓게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종자의 지적재산권(특허)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종자는 생물체이기 때문입니다.
한살림고양파주 기획홍보팀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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