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생태교육원 마당에서 펼쳐진 ‘해타굴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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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생태교육원 마당에서 펼쳐진 ‘해타굴 작은 음악회’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가을 밤으로 기억되길
영태리에서 나고 자란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대표
“영태 4리 마을주민들께 알려드립니다.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입니다. 오늘 14일 저녁 6시 30분부터 저희 파주생태교육원에서 해타굴 작은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에 5시부터 저녁식사를 시작하오니 마을주민들께서는 저희 파주생태교육원에 오셔서 함께 저녁을 드시고 음악회에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한 사람은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대표. 그는 이곳 영태리에서 태어나 여기서 자라고, 커서는 결혼해서 아들 넷을 여기서 낳고 기르고 있다. 집 인근 밭과 산에서 농사도 짓고 놀이도 하면서, 자기가 자랄 때 놀았던 그 모습 그대로를 아이들에게 이어주기 위해 파주생태교육원을 운영한다. 동네 토박이가 터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데 다른 동네 아이들을 불러모아 마을을 들썩들썩하게 하니 동네 어르신들은 더 좋아라 한다.
“나이든 늙은이들만 있어 조용한데 아이들이 들어와서 뛰어노니 사는 것 같아!” 마을 이웃이자 친척인 덕현아저씨네 할머니의 말씀이시다.
영태 4리 마을도 농촌마을이 그렇듯이 노인분들이 많다. 마을 어르신들은 그런 동네에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과 젊은 부부 등 여러 사람들이 들어와서 북적되는 것이 그냥 좋다.
2012년에 시작한 회원들의 작은 음악회
해타굴작은음악회는 2012년에 처음 시작됐다. 파주생태교육원이 주말 프로그램으로 여는 ‘열두달어린이 농부학교’회원과 그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2년 10월의 어느 날이다. 그 때만 해도 ‘열두달 어린이 농부학교’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 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회원 부모들이 번갈아가며 저녁을 준비하던 때다. 자연스럽게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면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 되었다. 몇몇 부모들이 떠나보내는 가을날의 아쉬움과 10월의 마지막날을 이야기 하게 됐고, 그 마지막날에 음악회를 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 아이들만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부모들과 함께 하면서 내 아이 내 가족 뿐만 아니라 이웃도 함께 공감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띠어가다보니 음악회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들 뜻을 모아 다시 열게 되어
올해로 네번째가 된 것은 중간에 두 해 정도는 건너 뛴 것. 파주생태교육원이 평일 주 중에 열던 프로그램을 주말로 옮기면서 서로 다른 이들을 하나로 뭉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다시 끈어졌던 음악회를 잇게 된 것은 부모들과 다시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음악회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2시에 교육원에 도착했다. 첫 회 때 무작정 두드리리며 난장을 펼쳤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박자를 맞춰 소리를 모으기로 했다. 파주에서 활동중인 정성래 국악선생님을 초대했다. 국악선생님과 함께 연습하는 아이들은 놀 때만큼이나 열심이다. 아이들을 일찍 데리고 온 부모님들은 한 켠에서 물든 잎과 꽃, 가지들을 주워 ‘해타굴작은음악회’ 제목을 꾸민다. “그냥 바라만 보다가 물든 색깔을 찾아서 꾸미니 재미있네요. 진짜 아름다워요!”라며 즐거워 한다. 서서히 초대손님들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작은 국화꽃을 손에 들고서... 아이들은 난타연습 중 쉬는 시간이면 각자의 악기를 연주한다. 피아노 플릇 리코더 등등.
많은 사람들이 마당으로 모여든다. 마을 방송을 듣고 오신 마을 어르신들은 숨바꼭질을 하신다. 누구가 안 왔어? 하며 찾고 찾기를 하시다 드디어 모여서 저녁을 함께 하신다.
가을바람에 음악을 실어
초등학교 2학년 3학년때 만난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초등시절을 보냈다. 지금 고등학생 중학생인 졸업생들도 버스를 타고 와 함께 했다. 오늘 만큼은 회원 아닌 아이들도 모두 함께다.
졸업생은 물론 현재 회원과 그 친구와 부모, 이웃들이 함께 하는 날이다.
건호 규호 아빠가 4회 해타굴 작은 음악회 사회를 맡았다. 첫 연주는 아이들의 난타공연. 성수현 선생님은 작은 풀잎으로 ‘찔레꽃’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오빠생각’을 연주했다. 풀잎 두 장의 울림은 색다른 감동이었다. 동네 아저씨는 그만 울음을 내비쳤다. 어린날의 기억이 떠올라서였을까!
한국예술종합대학 김규영 학생의 리코더 연주는 저게 과연 리코더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어 윤겸이는 윤우는 엄마와 함께 딸꾹질 왈츠를 한다음 플릇 독주를. 서후는 리코더를 연주했다. 민교네는 가족이 모두 나와 가을아침을 개사한 노래를 들려주었고, 개구쟁이 평이는 아리랑을 자기만의 버전으로 피아노 연주를 했다. 늘 의기소침한 예랑이는 학교 친구와 함께 리코더 연주를 참 잘했다.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 정건영 교수의 연주
오늘의 큰 손님인 정건영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 초청교수이자 세계적인 비브라폰 연주자이다. 장애인을 위한 타악기 연주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파주생태교육원과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 위에서 피아노연습을 하는 평이가 정건영 교수한테 “아저씨! 내가 치는 거 한번 따라해 봐요.”한다. 아래 마당에서 악기를 설치하던 정건영교수가 실로폰을 치면서 “이렇게?”하고 맞받아 치면서 허리를 돌려 평이와 눈을 마주본다. 참 보기 좋다. 정건영 교수가 늘 말하던 ‘음학이 아니고 음악’이라는 게 바로 이것이구나 실감하는 순간이다.
정건영교수의 실로폰연주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가을로 기억되는 진짜 진짜 멋진 날이었다.
김영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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