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6) 봉일천4리 주민 김대성, 최은희, 이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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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지키는 봉일천 사람들
“개발 제한 구역 풀고 우리를 그대로 살게 하라!”
봉일천 4리, 어르신들의 빨간 띠
찬바람이 부는 10월, 70세를 넘기신 어르신들이 빨간 띠를 이마에 두르고 어디든 달려가 집회를 한다.
머리와 어깨에 붉은색 띠를 두르고, 한 손에 피켓을 들고, 우리가 주인인 삶의 터전을 함부로 빼앗지 말아달라고, 우리의 삶이 달려 있는 중대한 일에 우릴 무시하고 처리 하지 말라고. 10년 동안 어느 곳 하나 고쳐 살 수 없어 힘들고, 불편했던 이 곳에 그래서 외부인조차 들어 오기 꺼려하는 이 곳에, 400여 주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50~60명의 어르신들은 올 여름부터 찬바람이 부는 오늘까지도 파주 거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외친다. 혹시나 주변의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되어,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담당 공무원에게도 피해가 갈까 염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어색한 목소리와 몸짓이 그대로 베어 나온다.
어르신들의 점심은 차갑고 딱딱한 김밥이다. 때론 마을 주민들이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 오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시위 하며 거리에 앉아 먹는 점심은 때론 어르신들에게 하루 이틀씩 몸져 눕게 만들기도 한다.
9년간의 희망고문, 주민들 만나지도 않는 시행사
파주시 봉일천 4리는 1953년 미군에 공여되었다가 2007년 반환된 캠프하우스와 통일로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미국 반환 특별 개발 사업지로 선정되어, 테마파크 개발과 함께 대단위 아파트 개발이 추진 중에 있는 곳이다. 지난 9년 동안 여러 차례의 선거가 있었고, 그 때마다 정치인들이 이 동네 개발을 거론했지만, 이후 한 번도 깊이 있게 해결 하려 하지 않았다.
올해 7월 22일 파주시 조리읍 사무실에서 봉일천4리 개발위원회, 파주시 담당 공무원, 시행사, 업무 대행사 대표와 관련 담당자가 모였다. 9년 동안 ‘개발사업 본격화’, ‘개발사업 가속화’ 등 희망적인 발표와 기사가 넘쳐 날뿐 실질적인 진행은 없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재산권제한에 따른 피해와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설명회에 참여한 파주시 담당공무원, 시행사와 대행사를 상대로 염려와 걱정을 쏟아내었다. 시행사의 재무건전성, 인지도, 규모를 들어 불안한 개발 진행을 지적했다. 주민과 함께 소통치 않고 무시하는 시행사의 태도를 지적하며 개발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개발사업에 대해 파주시의 책임 있는 행정을 한 목소리로 요청 하였다.
시행사가 약속을 안지키면 개발사업 전면 취소 약속
이 날 시행사는 주민들과 약속을 했다. 그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지키도록 자신의 직을 걸겠다”고도 했다.
시행사는‘8~10월 사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실시설계 인가’,‘2017년 안에 150억원의 토지매입부담금 납부’,‘실시설계 인가 후 12개월 안에 적절한 보상’을 한다는 약속을 했다. 또한 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개발사업을 전면 취소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7월 주민 설명회 이후 바뀐 것이 없다. 바뀐 것이라곤 운정 신도시 와동동 LH 공사 터에 시행사가 대규모 모델하우스를 지었다는 것이다. 조합원 모집에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의혹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어떤 정보도 못듣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해 왜 우리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 결정하나요?”
“파주시나 시행사로부터 성의 있는 답변을 단 한번도 들을 수 없었어요.”
주민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마치 여기 사는 사람들을 유령취급하는 시와 시행사의 태도이다.
“혹시 우릴 종북 빨갱이라 할까봐...소리치지도 못했어요”
김대성 비상대책 위원장과 최은희 총무, 이경미 사무국장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린 한번도 우리가 갖은 것 보다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대로 우리 땅에서 조용히 살게 해달라고 말하는 겁니다. 우릴 보는 시선들이 때로는 곱지 않습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보일까, 혹시나 우릴 종북 빨갱이라 할까, 또는 시에서 하는 일인데 설마 우릴 잘 못되게 할까 싶어서 10년 동안 우리를 위해 소리쳐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강제 수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이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도덕선생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대성 비상대책위원장은 2년 동안 비상대책위 총무로 일하다 올해부터 비상대책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50~60명의 어르신들을 이끌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줄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시위를 합니다.”
김대성 비상대책위원장은 25년 가까이 유치원, 속셈 보습학원을 운영하고, 현재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2005년 아들의 봉일천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볕 잘들고, 평화롭고, 교통 편한 이곳에 잘 살던 그가 나선 것은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마음이 약해서 큰소리도 못친다한다. “위원장님은 세게 말했다하는데, 우리들 중 제일 약해요.” 공무원들이 다칠까봐 걱정을 먼저하는 사람이 김대성 위원장이었다. 그가 말했다.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어려운 살림에 몇십만원이라는 활동비를 모아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지요.” .
위원장을 도와 함께 일하는 최은희 총무와 이경미 사무국장도 평범한 주부이다.
시행사는 땅 한평 사들이지 않고 분양중
“올 7월 주민 설명회 이후에 파주시 투자 진흥과 일주일에 두번씩 찾아가서 요구 및 질의를 했고, 부시장 면담 3번, 담당 국장 4번 면담. 단 한번도 뚜렷한 답변은 없었어요. 심지어 파주시는 한발 뒤로 물러나 ‘민간업자 TNT와 협의 하라’고만 해요. 그렇지만 TNT는 전혀 만나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파주시 요청으로 만든 자리에도 대표성 없는 직원 둘이 나왔습니다. 결국 직원들 보내고 부시장, 국장, 시민 대표만 모여 회의를 진행 했는데, 회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행사는 땅 한평 사들이지 않고, 어느 사항 하나 주민들과 의논 한마디 없이 모델하우스를 짓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린 땅을 내놓은 적이 없는데, 분양사무실에서 우리 땅으로 분양을 하는 것을 보면서 지역주민 들이 겁나하고, 놀라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진척이 전혀 없는 행정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불안하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국민신문고, 청와대 민원실, 국토부, 행자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주민의 동의를 받아 감사원에 ‘파주시 행정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고, 청와대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동안 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여
봉일천 4리는 10년동안 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여있었다. 마을 곳곳에는 찢어진 천막, 뚫린 지붕, 페인트가 벗겨져 검게 변한 담벼락, 쓰러질듯 보이는 벽돌담, 이리저리 깨진 유리 창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 중간 중간에는 이곳은 미군이 머물다간 곳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몇 군데의 술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 슬럼화되는 듯하였다. 마을 어귀에는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파주시가 펜스를 걷어내고 씨를 뿌린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예전과 달리 환한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나오지 못한다. 주변 술집에 있는 술 손님들로 인해 위협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자녀들을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고 있다고 한다. CCTV도 오랫동안 주민들이 파주시에 요구해야했다.
꽃밭 조성, CCTV 설치, 주거 보수, 방범 등 주민이 살기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파주시의 지원이 어려운 이유는 개발제한 구역이기 때문에, 그리고 없어질 지역에 대한 예산 낭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봉일천 4리만 제외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온다. 어려운 살림에 몇 년 동안 기름과, 연탄으로 겨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세입자들도 점점 줄어들어 빈 집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모든 손해를 주민들은 고스란히 견뎌내고 있었다.
우리를 이대로 두세요!
봉일천 4리의 토지와 주택 가격은 10년동안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있던 탓에 주변 지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바로 옆 동네로 동일한 규모의 집으로 옮기고 싶어도 현재의 보상 수준으로는 상당한 금액을 얹어 지불해야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우리가 고쳐가며 살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두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주민을 살리기 위한 ‘미국공여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이 왜 주민 동의를 무시하는 개발업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으로 둔갑했는지 궁금하다 했다.
“미국공여지 캠프하우즈만 테마마크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도 되지 않나요?”재무건전성도 떨어지는 시행사를 9년간 믿으며, 주변의 지역민들의 토지까지 개발 대상으로 묶어서 이익을 주려하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매일 외친다.
“우리는 이 동네 근처로 살던 집 크기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하라!”
“이 작은 요청이 들어지지 않는 다면, 개발 제한 구역 풀고 우리를 그대로 살게 하라!”
글 민경우 기자
사진 임현주 기자/ 집회사진-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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