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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얼굴 (125) 연구활동가 안연정 도시는 만남과 교류가 이뤄지는 사회적 공간이며 공동의 작품 

입력 : 2023-01-16 02:17:10
수정 : 2023-01-16 06:58:41

아름다운 얼굴 (125) 연구활동가 안연정

 

도시는 만남과 교류가 이뤄지는 사회적 공간이며 공동의 작

- “생활생산 운동이야말로 기후위기시대에 시급한 소비방식이다

 

 

 

최근 도시개발의 이익이 사유화 되면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이것이 가장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장소는 도시공간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이 펼쳐지고 온갖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인 동시에 그 공간을 이용하고 전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낸 공동의 생산물이자 작품이다.

 

▲문화로놀이짱의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정영재, 김은영, 안연정, 김정석, 오아름 대표(사진출처 디자인정글)

 

자본주의 사유화에 저항하는 시민 공유지 모델

하지만 투기적 욕망이 판치는 도시개발과정은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의 사유화와 상품화를 초래하여 도시를 자유로운 소통과 만남의 공간으로 자리잡는 것을 막는다. 투기적 개발과 공간의 사유화로 인해 임대료 상승, 주거비 급등, 내쫓김 같은 서민들의 불행과 재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을 위시한 인천 등 한국의 도시에서 지난 10년 전부터 이러한 사유화의 폐해에 저항하는 다양한 유형의 공유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의선 공유지, 성북공유지 원탁회의, 인천의 배다리 마을. 그리고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문화 공유지로 탈바꿈 시켰던 문화비축기지 등을 들 수 있다.

 

 

▲ 마포석유비축기지 내에 자리한 문화로놀이짱

 

시민이 디자인하는 자립 협동공간을 찾아

안연정씨(45)는 문화로놀이짱 공동대표, 서울청년허브센터장로 활동하다가 3년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헤이리마을 인근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파주시민이다. 안 씨는 20대 중반부터 홍대문화권 속에서 살면서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개발과 상업화에 밀려 나는걸 안타깝게 생각해 시민들이 스스로 삶을 디자인할수 있는 자립 협동 공간을 찾아나섰다. 이때 발견한 게 오일쇼크를 겪고 정부가 1976년 급히 마련했던 상암동의 마포석유비축기지였다. 5개의 거대한 유류저장탱크와 14의 부지로 조성됐던 석유비축기지는 2000년 사용을 멈췄고, 관리주체도 없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 유휴지였다.

 

 

▲ 명랑에너지발전소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는 안연정대표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명랑에너지발전소로 바꿔내

2007년에 설립한 문화로놀이짱은 2010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이 되면서 본격적인 공유지문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안연정씨는 이 문화로놀이짱의 대표로 활동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 주차장 자리에 컨테이너 9개를 놓고 폐목재 자원을 보관하고 수리하고, 공유공방, 수리 작업실 등을 갖췄다. 이 시설은 명랑에너지발전소로 명명됐고 시민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는 문화공간이 됐다. 이 공간은 분야별 문화생산자 및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버려진 가구를 재생하거나 고쳐쓰는 지속가능한 순환체계를 만들어가는 실험장소였다. 또 수리병원을 마포구청앞과 망원시장 옆 자투리공원에서 열어 망가진 인형이나 자전거를 고쳐주는 정기적 이벤트 시장을 열기도 했다.

명랑에너지 발전소란 소비시대의 도시안에서 시민 스스로 필요에 따라 제작하고 생산하고 생태의 순환을 고민하는 장소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무려 7년 동안이나 함께 꿈을 꾸며 새로운 생산활동을 기꺼이 함께 해왔던 15명의 친구들이 있어 가능했다.

 

 

▲수리병원 간판들

 

소비에서 생산으로 전환하는 생활 생산운동이 답

자본주의 개발논리에 행동으로 저항했던 공유화 운동(Commoning)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사는 삶을 원하거나, 스스로 자기의 삶을 디자인하기 원하는 친구, 놀이짱이 만들어 내는 활동과 이슈에 관심을 갖고 대기업에서 퇴사한 친구들도 있었다.

안연정씨는 어떻게 소비하고 무엇을 소비할 것이지도 중요하다. 망가지면 무조건 새걸 사는 소비는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소비에서 생산으로 전환하는 생활생산 운동이야말로 기후위기시대에 시급한 소비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대체부지로 이전해서 비빌기지만들고...

서울시는 2014년 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빌기지의 퇴거명령을 내렸지만, 명랑에너지 발전소와 비빌기지는 서울시와 꾸준한 협상을 벌인 끝에 문화비축기지내 대체부지로 이전되었다. 서울시에 기부체납 조건으로 조성한 새 장소에서 5년간(201511월부터 20229월까지) 운영했다.

비빌기지는 문화비축기지 조성사업이 탑다운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에 반대하며, 상향식 도시 개발을 제안하기 위해 문화로놀이짱과 도시농부, 농부시장 기획자 그룹, 미디어 아티스트, 건축가, 뮤지션, 목수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생산자 그룹이 조성한 장소 이름이다. ‘섞이다라는 우리말과 비빌언덕이란 의미를 중의적으로 합친 신조어다.

 

▲청년허브센터장 안연정씨 (사진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페북페이지)

 

3년간 서울청년허브센터장으로 청년정책 기획

그는 문화로놀이짱의 공동대표직을 10년 동안 맡고 있다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청년허브센터장을 맡았다. 서울청년들이 자기주도적인 청년정책을 만드는걸 돕는 중간조직 센터장으로 일한 것이다. 지금 이화여대의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에서 근 10년 동안 공들였던 비빌기지활동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공유화 활동(Commoning)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분석하고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파주시청년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안씨는 파주시청년정책위원회의 자문위원을 맡아 2023년 청년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등 파주시의 청년문제에 조금씩 개입하고 있다. 또 출판도시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곶(Pati)의 조합원이자 대의원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 디지털 대전환 시대 준비를 위한 출판도시 전략 토론회_220401

 

출판단지가 문화공유기지 역할 할 수 있어

그는 출판단지는 지식산업들이 모여있는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문화공유기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파주시에서 자원의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단체나 인물중심의 문화예술예산을 출판단지의 문화인프라 사업으로 과감히 전환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대간 통역을 자신의 강점으로 소개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언어는 다르다. 의사소통과 일하는 방식도 틀리다. 두 세대를 다 겪으며 협치 경험을 쌓아왔다. 각 세대들의 언어를 잘 해석해서 상대가 잘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통역해 전달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한다.

 

공통적인 것의 원리가 현실에 구현되는 것

그녀가 추구해온 가치는 요약하자면 커먼즈(Commons). 커먼즈는 공통적인 것의 원리가 실제 현실에 구현된 것이다. 사람들이 재화를 공유하고 그 재화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생산하며, 생산물을 공동으로 분배하고, 참여자들이 이 소유 생산 분배과정을 모두가 함께 결정한 규칙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공유지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공유지가 커먼즈 활동에 도움이 되거나 기반이 될 수는 있지만, 그가 꿈꾸는 궁극적인 단계는 어번커먼즈(Urban Commons)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반커먼즈를 실천하기엔 너무나 장벽이 많다, 시민들의 인식도 적은 편이고, 개발과 사욕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논리 아래서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있다.

 

▲ 문화로놀이짱은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을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고 목공을 선택했다(사진출처 디자인정글)

 

파주에서 발견한 어번커먼즈의 희망

안연정씨는 파주에서 어번커먼스의 희망을 본다. “파주시는 수도권 지역중에서 시민들이 자체 생산력을 갖출 수 있는 도시다. 텃밭 농업공동체, 동물보호단체, 공방단체 등도 많다. 이들 조직들의 확장과 연결을 통해 어반커먼즈를 조금씩 이루어 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한다. 안 씨는 자신은 늘 조력자와 솔직한 조언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했다. 페퍼란 이름의 구조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반짝이며 앞서가는 생각들을 조리있게 쏟아냈고 회색빛 벽면을 배경으로 맑은 미소를 지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자신의 입신양명 대신 다 같이 인간답게 잘 사는 대의를 선택했다. 그리고 신념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살아온 그녀는 때가 되면 옛날의 열정을 파주에 아낌없이 쏟을 것이다.

 

김석종 기자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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