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 슬로푸드 파주지부의 토종씨앗 수집활동
수정 : 2022-12-24 09:14:51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 슬로푸드 파주지부의 토종씨앗 수집활동
편집자주> 슬로푸드 파주지부에서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했다. 토종씨를 지키고, 우리 종자를 찾는 사람들. 이들은 종묘시장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는 진짜 농부를 찾아, 토종씨를 지키고자 발품을 팔았다. 이들의 노력이 모여 우리나라 종자은행이 풍요로와 질 것이다. 수집기간은 8월 18일부터 11월까지 슬로푸드 회원중 토종씨앗 수집에 관심있는 회원 11명이 돌아가면서 수집활동에 참여했고, 토종씨앗도서관 박영재 관장이 지도했다.
글쓴이 : 슬로푸드 파주지부 김영금 지부장
대개의 사람들은 새롭고 편리하고 더 이익이 되는 걸움을 걷는다.
그러나 더러는 오래되고, 굳이 불편하고,더디고,덜 이익이 되더라도
본래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 누가 씨를 받아 심어, 다 시장에서 사다 심지.’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가 오래된 씨앗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정하고 나선 토종씨앗 수집.
씨앗의 이력을 쫒아 사람을 만났다.
이름하여‘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이라 말하고 싶다.
여기 그 순간을 기록한다.
2022년 10월 7일
하지석리에서부터 검산동까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다 보면 때론 뜻하지 않은 반가움을 맞는다. 씨앗수집 활동에 나선 정순덕님은 오늘 첫 방문지에서 시외숙모님을 만났다.
“혹시 조카며느리 아니야” “어머어머....” “목소리가 꼭 조카 며느리인데 아니면 실수할까 봐 계속 지켜봤지” “어머어머 외숙모님! 제가 못 알아보고, 저를 크게 나무라주세요” 모두가 웃는다. 마치 내 외숙모를 만난 듯 반갑다.
마을이 많이 변했고 오늘따라 늘상 다니던 길로 들어서지 않아 그만 생각도 못했던 터라 뜻밖의 만남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래도 시외숙모님 댁이 이 근방일지 싶어 두리번두리번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근방에 토박이는 할머니댁 하나만 남아있다니 못 알아차릴 만도 하다.
조삼순(88세)님은 스무살에 갈현리에서 이곳 썩은베미로 시집왔고, 줄곧 씨앗 받는 농사를 이어 오셨다. 조삼순님에게서 수집번호 35. 늦은들깨 , 수집번호 36. 서리태콩을 수집했다. 늦은 들깨는 대가 하얗다고 한다.
▲ 수집번호 36 서리태콩
하지석리 윗 길 경치좋은 곳에 전원주택이 있어 비교적 마을이 정돈되어 보인다. 그런데 아래 마을로 내려오면 곳곳에 공장과 창고가 들어서 있고 개발이 한창인 곳이 많다. 텃밭 그 이상 규모인 농지가 집 앞에 자리하고 있다. 오랜 가옥 울타리에 처음 본 동부를 만나 집 주인을 찾던 중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 곳은 큰집이며 자신은 이 마을의 이장이라고 소개한다. 운이 좋았다. 많은 작물이 이미 개량종으로 바뀌었고, 자신에게 아주 오래된 고추씨앗이 있노라 이야기한다.
▲ 수집번호 37 교하고추
▲ 교하고추를 재배하는 유병하 이장
수집번호 37. 교하고추.
아버지가 40년 넘게 지어온 고추를 보여주기 위해 비닐하우스로 안내한 유병하님은 현재 나이 56세로 우리가 만난 농촌 연령으로 최소연령일지 싶다. 청양고추만큼은 아니지만 맵고 맛있다고 한다. 탄저병에 약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고 옆으로 가지를 많이 친다고 한다. 작물의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지 고민하다 교하면이 점점 작아져 안타까운데 교하고추로 불렸으면 좋겠다 한다.
▲ 마늘을 말리는 모습
맥금리, 그물다리
하지석리를 빠져나와 맥금리로 들어섰다. 이 지역 일대가 보리밭이 많아 보리가 익을 무렵 바람이 불면 황금물결이 일어나는 듯 했다해서 맥금이라 불렀다고 한다. 맥금리에서 우리의 바램은 보리씨앗을 얻었으면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고.
이곳에서 그물다리로 이동, 그물다리에 부녀회장을 만나 오래된 고추를 심고 있는 튼다리 김정남 농부님댁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물다리는 통나무를 엇갈려 그물같이 놓아 망교라 했는데, 달밤에 비친 물위의 다리가 마치 비단같이 아름답다해 금수교(금물다리)라고도 한다.
▲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모습
수집번호 38. 튼다리고추
튼다리는 월롱산 남쪽 골짜기로 흐르는 개울 밑에 있는 장터고개에서 탄현면 갈현리로 가는 중간지점에 다리가 놓여 있어 붙은 이름이란다.
튼다리고추는 (김정남 71세) 교하고추보다 가늘고 길다. 아주 매운 듯 수집단이 한입 베어 문 순간 놀라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공릉천을 끼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강과 얽힌 지명이 많다. 배무기도 그렇다.
배무기란 이름은 금성천과 금천 개울이 합류하여 영천강이 되었는데 모래 턱을 지나 흘러가며 상선이 오르내리다가 풍랑이 일면 마을에 배를 묶어 두었다 해서 붙인 이름으로 선착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뒷산의 형상이 뱀의 마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 켠에 녹두와 붉은 팥을 말리고 있고 도토리를 손보고 있는 젊은 부부를 만났다.
동네가 서로 씨를 나누어 심었다 하니 다 오래된 씨앗임을 이야기한다.
▲ 수집번호 39 배무기 왕팥
수집번호 39. 배무기왕팥과 40. 배무기녹두
배무기 왕팥과 배무기 녹두를 채집했다. 씨앗의 주인은 평화로길에 사는 염은호(63세)님. 이번 수집에서는 마을 일을 돌보며 농사를 이어가는 비교적 젊은 세대를 만났다.
마지막 목적지 검산동애서 또 하나의 보호수를 만났다. 나무의 이름은 시무나무. 나무의 나이는 260년. 2010년 9월 나무나이 250살에 보호수가 되었다. 느티나무와 친척으로 마을의 정자 목이기도 해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세계적으로는 1속 1종만 있는 희귀한 나무다. 또 거리를 표시하는 나무로 이십리마다 하나씩 심는다하여 이십리 목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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