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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⑲ 걸음걸이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입력 : 2015-12-19 12:16: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걸음걸이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저명한 철학자를 많이 배출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이라는 산책로가 있다. 관념 철학의 아버지인 칸트는 이 길을 걸으면서 그의 사상을 연구하고 완성했다. 또한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와 변증법의 헤겔, 실존주의의 하이데거 등 많은 인물들이 이 길에서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것을 즐겼다.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가벼운 발걸음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흥미롭다.

 

이처럼 ‘걷기"는 단순한 다리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사용하는 수련법이다. 때문에 걸을 때는 발뿐만 아니라 전신의 자세까지 바르고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 걸을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마음대로 잘못 걷는 경우가 많다.

가령, 걸을 때 가슴이 들리고 어깨가 유난히 많이 움직이는 경우 자신감이 과하여 자만하게 되는데, 매사에 독단적이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주변 사람들과 잘 융화되지 못한다. 반대로 어깨가 쳐지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면서 걷는 경우 흉곽이 좁아져 심폐기능이 떨어져 소심해지기 쉽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하며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보행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11자 걸음으로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중심과 발가락까지 순서대로 온전히 땅에 닿아야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팔자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발바닥 바깥 측면으로 무게중심이 치우쳐서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한다. 이런 발걸음이 지속되면 발목이 자주 접질리게 되고 골반의 좌우대칭이 무너지기 쉽다.

 

둘째,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가슴을 펴야한다. 11자 걸음이 인체 좌우(左右)의 균형을 잡아준다면, 이 동작은 인체 전후(前後)의 균형을 잡아준다. 전후가 반듯해야 장부(臟腑)가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갖게 된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면 자연스레 턱도 앞으로 나오게 되므로 턱을 살짝 당겨주는 것도 좋다.

 

셋째, 팔은 걷는 속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왼다리-오른팔, 오른다리-왼발이 같은 폭으로 서로 교차하면서 걸어야 상하(上下)의 무게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걸을 때 팔을 잘 움직이지 않거나, 파워워킹처럼 과하게 움직이는 경우 모두 팔과 다리의 리듬이 맞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게 된다.

 

인생이라는 여정(旅程)을 걷다보면 평탄한 길뿐만 아니라 굽은 길, 자갈길, 오르막/내리막길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기 위한 힘을 키우는 연습이 바로 ‘걷기"인 것이다. 그래서 걸음걸이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이 걷는 모습을 잘 관찰/감각해보자.(동영상으로 촬영하면 더 좋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때 아주 좋은 자기반성의 시간이 될 것이다.

 
 

글 카페 방하 봄동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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