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뒷산에 수리부엉이가 산다

 

▲파주타이포그라피 스승 권민호

“부엉~부엉~”수리부엉이들은 이름 그대로 정말 부엉하고 운다. 얼마전 금릉역에서 새벽 기차를 기다리는데, 수리부엉이 소리를 들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파주에는 올빼미, 부엉이 종류들이 많이 산다. 우리집 뒷산에도 수리부엉이가 사는데, 몇 십년 째 같은 장소에 산다고 동네 할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다. 심지어 할아버지께서는 어릴 적에 수리부엉이 알을 꺼내 드셨다고도 했다.

수리부엉이는 밤의 제왕이자 최상위 포식자다. 몸길이는 68cm이고, 날개편 길이는 2m가 넘는다. 하지만 몸무게는 2~3kg 정도. 보기보다 가볍다. 깃털색은 갈색과 검정색인데, 위장색이 뛰어나서 실제로 부엉이를 만나러 가서도 그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수리부엉이는 금술 좋은 일부일처제 동물이라서 한쪽 개체가 죽기 전까지는 평생을 함께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올빼미, 부엉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전국으로 올빼미과 새들을 만나러 다녔다. 전세계적으로 올빼미과 새들은 160종, 우리나라에는 11종이 알려져있다. 수리부엉이, 쇠부엉이, 칡부엉이, 솔부엉이, 금눈쇠올빼미, 소쩍새, 큰소쩍새, 긴점박이올빼미, 올빼미, 흰올빼미, 긴꼬리올빼미.

올빼미나 부엉이는 철학자, 지혜, 부, 행운, 장수를 상징한다. 이러니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상징적 의미가 좋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매력적이다. 큰 눈과 안반(부엉이 얼굴)은 다른 새들과 다르게 사람처럼 정면을 향해 있고, 최근 들어 다양한 매체에서 부엉이를 모티브한 상품들이 많이 출시 되고 있다(나도 부엉이가 그려진 물건들을 수집중이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올빼미과 새들을 만나는 일은 아주 매력적이다. 한번은 수리부엉이 펠릿(먹이를 먹고 소화되지 않은 뼈나 털을 뭉쳐서 토해낸 덩어리)을 주우려고 뒷산에 간 적이 있다. 수리부엉이는 사람처럼 자기만의 은신처를 가지고 있고, 은신처인 나무, 돌 위에서 잠을 자거나 쉰다. 그날도 역시 부엉이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찾아 구불구불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는 중이었다. 중간 중간 고라니 배설물도 보였고, 수리부엉이가 항상 앉아있던 소나무에 도착해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수리부엉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거리는 약 10m 정도. 무서웠다. 쌍안경이 필요없는 거리였다. 금방이라도 쏜살같이 내려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 머리를 움켜쥘 것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제발,내려오지마 그냥 가만히 있어, 나는 너를 해치러온게 아니야, 너를 날아오르게 할 생각은 없어” 새들은 비행을 할 때 에너지가 소모된다. 쉬고 있는 부엉이를 게다가 밤도 아닌 낮에 날아오르게 하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 수리부엉이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자, 한쪽 눈을 감고 윙크를 하며 나를 내려다봤다.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펠릿을 주울 수 있었다. 펠릿을 보니 온갖 종류의 쥐와 새, 닭(근처에 양계장이있다), 멧비둘기를 잡아먹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꾸룩새연구소에서 더 자세하게 펠릿을 분해해봐야지. 펠릿은 수리부엉이가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알 수 있고,서식지의 환경과 생태,먹이사슬 구조를 알려준다.

그리고 언젠가 애리조나에 서식하는 가면올빼미와 툰드라에서 레밍쥐를 사냥하는 흰올빼미도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우리집 뒷산에 사는 수리부엉이도 앞으로 수십, 수백년 동안 이곳에서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곧 있으면 수리부엉이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번식기다. 그래서 요즘은 밤에 수리부엉이 암컷과 수컷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금릉역 근처에 사신다면 밤에 창문을 열고 부엉이 소리에 귀 기울여보시길~^^

정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