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㉘ 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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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변기에 도전하자"
휠체어를 타고...그는 세계 곳곳을 다닌다
이찬우 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운정에 산다. 척수장애인의 인권, 지방조직, 어울림 체육대회, 소식지 발행, 연구, 지방조직 관리 등 20명의 상근 직원을 이끄는 협회의 핵심이다. 파주로 이사온지 5년이 되었지만, 협회 일을 하느라 파주지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했다. 바쁜 그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척수장애인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월요일날 네팔의 척수장애인들 지원 사업을 하러 나갑니다. 네팔 척수장애인들은 집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집안에 들어가 4년동안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문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는 농경사회여서 여자분들이 망고 따다가 떨어지거나, 소 몰다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화장실 때문에 5년간 외출 안 한 척수장애인도 있어
그는 에이블뉴스(450만 장애인의 인권옹호 및 장애인 복지증진·재활정보 제공을 위한 인터넷 장애인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다. 작년에 쓴 그의 글 ‘100개의 변기에 도전하자"가 인상적이었다.
"척수장애인은 중도, 중증, 중복의 3중 장애인이다. 하루아침에 걸을 수도 없고 감각도 없고 소·대변도 못 가리는 앞이 캄캄한 인생이 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척수장애인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준비와 도전이 필요하다. 특히 화장실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 때문에 물도 잘 안마시고 식사도 안 하거나 조심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활동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100개 이상의 변기에 도전하자. 한 회원은 5년 동안 한 번도 외출을 안 하신 분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외부에 나가면 화장실 변기의 높이가 달라서 두려워서 못나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칼럼을 보면 화장실은 본래의 목적을 해결하고도 몸을 추스르고 한 숨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 한다. 그런데 장애인 화장실의 변기가 각양 각색에다, 변기 높이까지 다르고, 휠체어가 들어가야 하는데 공간 너비도 제 각각이어서 이용하기 어렵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넘어야할 벽이 되는 거다.
그래서 이 총장의 ‘100개의 변기에 도전하자"는 제안은 척수장애인들이 많은 곳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넓게 보자는 도전 선언이기도 하다.
"저는 MH파예요." 장애를 디딤돌 삼은 긍정맨
사고 이후 7개월간 병원 생활을 했다. 앞으로 평생 못 걷게 되었으니 팔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운동을 많이 했다. 대인기피를 극복하고자 일부러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기도 했다. 다니던 회사에 복직되었다가 IMF때 정리되었다. 뒤늦게 찾아온 30대 사춘기. "외롭고 삶이 힘들어서" 뉴질랜드로 이민하려 했다. 그 때 달러환율이 치솟으면서 유학하던 학생들도 돌아오는 시절이라 어쩔 수 없이 이민을 포기했다. 취업을 하려고 이력서를 많이 냈다. 모두 안됐다. 그렇다면 사업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옥션에서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했다. 그러다 척수장애인협회에서 일하자는 제안이 와서 2010년부터 협회일을 하고 있다.
"다치기전에는 운동도 안하고, 책만 좋아했어요. 안정을 추구하는 샌님이었죠. 그런데, 장애가 오히려 긍정이 되어 도전하는 삶을 만들었습니다." 이총장은 자신의 장애를 오히려 디딤돌로 삼은 긍정맨이었다. 협회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사회복지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5.12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 장애인직업사례 정보제공 토크쇼 '직업을 잡(job)아라'
척수장애인협회 핵심 사업 - ‘일상의 삶"으로!
전국의 척수장애인들은 85,000명이다. 매년 2,000명의 척수장애인이 생기고 있다. 척수장애인의 90%가 후천적, 사고성 장애이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레저활동 등으로 인한 척수 손상 등이 이유이다.
87년 아시아 국가대표 체조선수 김소영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장애인재활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칩거 척수장애인을 찾아 사회에 나오도록 돕고 있다.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던 최혜영씨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지금은 교수로 출강하면서 [장애인식개선센터]를 이끌고 있다.
"직업이란 자존감을 높이는 최고의 길이다. 가장들이 경제적 능력을 못했을 때 가정이 깨지고, 불행해진다. 이것은 개인의 파탄, 가족의 분열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정책적 문제이다. 사고 초기에 장애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장애정책이다. 장애인이 일한다는 것은 그 어떤 복지보다 좋은 것이다." 이총장의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락밴드 크로스"의 김혁건씨가 나타났다. 사고후 포기했던 가수의 길을 다시 찾아 음반을 선물한다고 협회를 찾은 것. 김혁건씨는 "장애인이 자립하는 것은 혼자의 행복이 아니예요. 제가 제 길을 찾아가니 아버님도 사진사 일을 하면서 아주 바쁘게 다니세요"라고 환히 웃었다.
▲2014년 장애인 문화에술향우 지원사업 '척수장애인 문화공연 나눔 3인 3색'
"한국이 천국이라고?" 장애인 정책의 진정성이 있어야
이찬우 총장은 우리나라가 제도나 장애인 기반시설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우리 생각과 달리 오히려 외국에서는 한국이 천국이라 해요." 이게 무슨 말일까? 여름에 출장간 뉴욕만해도 지하철 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다(물론 없는 역은 버스로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10년전에 비해 우리나라가 시설면에 무척 좋아진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천국"이라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총장은 "시설이 좋아지면 장애인 복지가 좋아진 것일까요?"라고 되묻는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각종 프로그램은 많이 생겼지만, 장애인 정책의 진정성이 없다고 진단한다.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동반자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수혜자로 가둬두고 있는가?
장애와 비장애간의 벽을 허무는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 정책의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2015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대회.
이총장은 협회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된 여러 정책 사안들을 풀어놓았다.
"장애인가족을 돕는 제도가 없어요. 가족들에게 의무와 책임만 주고 있지요.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입니다." "장애인문제는 노인문제와 연결됩니다. 일본에서는 장애인과 노인문제를 연계하여 정책을 펼칩니다. 따로 따로 하다보니 예산이 더 많이 들지요."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지켜야 합니다. 이를 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를 없애고, 많은 벌금을 내게 해야합니다. 민간기업의 의무고용율 2.7%, 정부와 지자체의 3%를 꼭 지켜야합니다." "장애인 근로작업장에 대해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엔장애인 권리위원회에서 문제 있다고 지적받고 있지요."
‘직업재활-> 원직복직-> 경제력 회복-> 가족 행복 -> 나라의 행복". 그는 이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장애인복지정책이라는 확신에 차서 일하고 있다.
이찬우 총장은 삶의 키워드가 ‘도전"이라고 했다. ‘도전" 그 자체인 그는 척수장애인의 온전한 삶을 위해 세계를 다니고, 전국을 돌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말한다.
"헬리콥터 뷰를 가져라. 그리고 도전하라!"
글 임현주 기자
사진 정용준 기자, 척수장애인협회 제공
척수장애인 바리스타의 꿈 커피트레일러
척수장애인들이 재활의 꿈을 꾸며 바리스타 교육을 마쳤다.
이들이 커피숍에 고용되려면 문턱이 너무나 높다.
휠체어 작업을 해야하므로, 보통의 커피숍에서 일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커피트레일러를 마련했다.
그러나, 마사회에서 기부한 이 트레일러에는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다.
경사로도 만들어야하고, 이동할 때는 다른 자동차가 끌어주어야 한다.
발전기와 제빙기 등의 머신도 필요하다.
일자리를 잡(job)고 싶은 이들에게 손을 잡아주는 작은 기부는 어떨까?
후원문의 010-3715-6352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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