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2) <토종, 씨앗에 담긴 파주미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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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2) <토종, 씨앗에 담긴 파주미래>를 찾아서
‘아직도 유월두가 남아 있다고!’
김영금 토종씨앗 수집단 이끔이/한국슬로푸드 이사
2023년 9월 13일 씨앗수집 11일차, 법원읍 삼방리와 대능리를 돌다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세 곳이 막혀 있다 해서 삼방리라 한다고 하는데, 문헌에 따르면 삼현리와 둔방리를 합치면서 삼방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삼방리는 행정구역으로는 삼방1리와 2리로 나뉘지만 어둔동과 둔방이길로 불리고 있다. 삼방리는 실제로 마을을 둘러싼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지리적 이유로 마을 사람들은 피난골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어둔동’이라는 이름으로 임금님이 머문 곳인가 생각했지만, 파주 삼방리의 어둔동은 고기 어(漁)를 쓰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형태가 물고기가 숨어있는 형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어둔동 마을은 가구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에 넓은 마당에 정원과 텃밭이 잘 정리된 새 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거의가 외지인들이고 원주민들은 얼마 안된다고 한다.
자연환경이 많이 남아 있어 토종씨앗수집에 큰 기대를 걸고 집집을 돌았지만 토종씨앗은 수집을 못했다. 있을 만한 집을 수소문하고 집을 찾고, 문을 두드렸지만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저 아래 둔방이길을 돌아 다시 들어와 사람 찾기를 서너 번 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씨앗이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섰다.
검정 유월두를 찾아서
왜 그렇게 돌고 또 돌고 나갔다 다시 들어와 찾고 또 찾은가 하면, 둔방이길에 사는 김동근님이 어둔동 마을에 사는 어르신께 준 검정 유월두를 찾고자 한 때문이다.
그런데, 검정 유월두를 가져간 농부님은 유월두의 자람을 잘 몰라서 그만 실패를 하고 다 축사 사료로 쓰라고 줘버렸다고 한다.
유월두는 음력 삼월에 심어 음력 유월에 수확한다고 해서 유월두라 한다. 지금은 생산농가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 음식에서 사라져가는 콩이다. 그런 유월두를 지난해 국사봉에서 밤색의 유월두를 수집했다. 11월 늦가을 밭을 뒤져 처음엔 3알, 두 번의 방문에서 성기게 열린 콩 한 단을 얻어와 씨앗을 더 모았다. 그리고 유월두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아직도 유월두가 남아 있다고요?” 라며 놀라 반문을 한다.
유월두를 생산하는 농가가 없는 이유로는 열매가 맺힐시기에 장마가 끼어 있어 수확이 어려운 점을 둔다. 옛 조상들의 삶에 있어서 ‘콩죽’은 청렴한 선비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일찍 수확한 유월두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겠다 싶다. 그리고, 햇 곡식을 올리는 추석 차례상에 송편 소에도 쓰였다고 한다.
▲22년 수집된 유월두를 채종포에 심어 증식하고 있다.
흰색 유월두를 수집하다
올 23년 토종씨앗 수집에서는 선유울에서 흰색의 유월두를 수집했다. 어둔동에서 검정색 유월두를 마저 수집하면 유월두 세가지 색을 다 수집할 거라는 기대에 하루를 유월두를 만나는데 시간을 다 소비했다, 그런데 막상 유월두가 없다는 확인을 해서 속이 시원은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어둔동을 돌고 또 돌고 아랫마을로 내려오니 둔방이길이다. 제2외곽순환도로 공사와 새로 집을 짓는 공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어 동네가 산만하다. 게다가 축사가 마을 곳곳에 있어 어수선하다. 마을 정자에 쉬고 있는 어르신을 만나 씨앗이야기를 하니, 당신이 아주까리밤콩을 갖고 있다고 한다.
▲22년 수집된 유월두
김동근(70세, 남)님은 두부제조 공장에서 일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콩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일을 그만두고 10여년 전에 강화도에서 아주까리 밤콩과 유월두를 재래시장에서 사와서 심어 왔다고 한다. 아주까리 밤콩은 밤색으로 밥에 넣어 먹으면 달큰하고 고소하다고 한다. 씨앗은 아랫묵에 소쿠리째 보관하고 있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벌레가 많이 먹었다. 더는 농사짓기 어렵고 먹을 사람도 없어 갖고 있는 씨앗 전부를 우리에게 내어 주었다. 그러나 씨앗을 고를 생각을 하니 난감하다. 일단, 돌아가면 냉동고에 먼저 넣어야 겠다.
(김영금 23년 토종씨앗 수집단 이끔이/ 한국슬로푸드 이사)
#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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