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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기후위기 이야기(1)  가상뉴스 [단독] 밀실 불법 소고기파티 집중단속, 하루밤새 남녀 30명 검거

입력 : 2023-10-27 03: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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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기후위기 이야기(1)

 

2050년 기후위기가 닥쳐오고, 에너지전환을 시도하는 근미래의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온의 상승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 이런 지구과학적인 문제로만 기후위기를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전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손을 놓고 있거나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이 연재는 가까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엿보는 가상뉴스를 통해 기후위기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주로 다루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가 닥칠 것이고, 어떠한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가상뉴스/ 2050 기후위기 대한민국

[단독] 밀실 불법 소고기파티 집중단속, 하루밤새 남녀 30명 검거

 

  글 이기관 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 기술이사

 

204397일 새벽 2, 서울시 사법경찰 단속반이 강남의 한 지하공간을 급습하여 불법 소고기파티로 의심되는 현장을 적발하였다. SNS 비밀 톡방을 열어 불법으로 소고기를 유통해온 심 모씨는 한 달에 한 번 특정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단속이 뜸한 시간을 틈타 이런 파티를 벌여왔고, 최근 제보를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되었다. 한 번에 수십 명의 성인남녀가 함께 몰래 소고기를 구워 먹은 현장은 고기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완전히 밀폐시키는 음압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이들은 대부분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고기 배급량은 한 달에 1인당 100g 이하로, 유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양도나 판매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이들은 마장동 등에서 불법유통되는 소고기를 초고가에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밀실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육류생산 및 유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처벌될 것으로 보이며, 수사당국은 현재 법으로 금지된 직화구이행위 등 여죄가 있는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중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양이 18%에 달해

기후위기이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및 이산화탄소양으로 환산되는 메탄가스 포함) 중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이 약 18%에 달한다는 보고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나라의 축산업은 국내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1.2%에 불과하여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되기에는 비중이 작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계 수치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에 달한다’, ‘~에 불과하다라는 해설이 뒤에 따라붙어 우리를 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으로 불릴만큼 1인당 탄소배출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5천만 국민이 소비하는 육류의 상당부분은 외국에서 수입되어 소비되고 있는 상황을 전제하고 다시 통계를 이해한다면 한우를 보호하고 싶은 국내 축산농가의 마음이 절로 읽힌다. 반대편에선 ‘SUV를 타는 채식주의자보다 자전거를 타는 육식주의자가 탄소를 더 배출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 또한 통계의 취사선택에서 나온 오류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유발혐의로 누군가를 기소하기 위해서 주범과 종범을 가려내는 수사에 집중하는 사이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전거를 타는 채식주의자(혹은 저탄소 영양섭취자)’가 궁극적 정답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먼저 내 분야 먼저 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방어논리를 구축하고 싶은 얘도 그렇대요심리에서 기인한다. 훌륭한 수사관은 아마도 이러한 진술을 객관적으로 엮어서 비교적 억울함이 없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공정하고 적절하게 기소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단순히 확인된 사실만을 다루기로 한다.

 

(1)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사육과정의 메탄가스 때문이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8배의 온실효과를 보여 양이 적어도 문제가 크다.

 

(2) 소의 메탄가스를 줄이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목초지에서 방목하는 방식(호주, 아르헨티나 등)보다 가두어 기르며 사료를 먹이는 방식(한국, 미국 등)이 더 유리하여 우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3) 이러나 저러나 세계적으로 소는 10억 마리가 인류와 함께 살고 있는데, 탄소경제 이전의 시대와 달리 소에게서 노동력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육류로서만 소비하여 1마리당 소의 가치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4)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러 기준과 통계에 따라서 다르지만 1kg30kg~90kg 수준으로 여러 육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으며 닭고기나 돼지고기, 생선류로 대체만 해도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비건 대체육이나 배양육으로 축산문제 대체?

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방어를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이 선보이기도 한다. 바로 비건대체육이나 배양육 같은 것인데, 소고기가 만들어내는 붉은 고기의 질감을 흉내내기 위해 비트(붉은무)를 사용하여 모방하거나 배양육의 실험대상이 유독 소고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류의 소고기에 대한 애정은 뿌리가 깊게 내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건대체육이나 배양육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건대체육은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비토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뭘 그렇게까지 흉내내어 가며 위장 육식을 하려느냐는 비아냥도 일리가 있다) 결국 채식으로 넘어가기 위한 아주 좁은 중간 시장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작된 벤처기업인 ‘Beyond Meat’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려 애를 썼지만 워낙 두부, 두유 등으로 콩류 소비가 많은 중국 시장에서 굳이 고기를 흉내낸 콩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냉정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대체육은 생명윤리문제를 떠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안으로 정착하기 힘들 수도 있다. 통제된 상태에서 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 신기함, 그리고 개발자에게는 신이 된 것만 같은 만족감마저 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대량화되기 위해서는 대체육 공장 옆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가성비와 제로배출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사회적으로 지지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해조류를 먹고 있는 소

 

해초로 키운 소고기가 대안이 될까?

호주에서는 저탄소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소는 그냥 놓아두고 저탄소 사료에 집중하는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호주의 온실가스 중 축산배출이 10%에 달한다) FutureFeedSea Forest와 같은 회사에서는 분홍색 해초인 바다고리풀(Asparagopsis)에 브로모포름(bromoform)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되새김질하는 소나 양의 소화단계에서 메탄가스 발생이 약 80% 줄어들며, 고기의 맛과 품질에도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의 이 소식은 해초류(, 다시마 등) 에 남다른 관심이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주의 친환경 외식 프렌차이즈 업체 ‘Grilled’에는 1호주달러만 더내면 해초로 키운 소고기로 만든 버거를 내어주는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해초로 만든 사료는 저탄소사료로 중간대안을 찾아보려는 축산업계에 기대할만한 대안이 되고 있다.

 

축산 총량제는 어떤가

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떤 행위라도 80억 인구가 동시에 행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모든 기휘위기 발생의 원인은 비슷한 과정으로 생겨난다), 80억 인구가 소비하는 10억 마리의 소 자체를 문제시할 수 있다는 예상은 쉽게 해볼 수 있다. 소입장에서 10억 마리를 줄이기 전에 80억을 먼저 줄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일단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공권력이 강제하는 국면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사회제도에서 이런 운영의 사례는 찾기 쉽다. 우리 나라에도 택시총량제로 택시사업자를 보호 혹은 통제(?) 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도시에는 자동차 등록대수 자체를 총량제로 관리하여 무분별한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 택시면허의 권리금 가격이 생긴다던지, 자동차 등록을 위한 뇌물이 성행한다던지 하는 이면의 어두움이 존재하지만, 이 통제를 기반으로 중국은 전기차보급을 활성화시키는데 활용하기도 하는 사례는 참조할만하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차를 중국 상하이시에 등록하려면 지금은 누군가의 폐차를 기다려야 하지만 전기차에만 예외를 두어 시민들의 전기차 전환동기를 정책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축산업으로 돌아오자면 사육두수를 통제하여 자연스레 다른 업종 혹은 저탄소 축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정책적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축산업계의 반발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너희들도 솔직히 소고기 좋아하잖아!’ 류의 공범 폭로도 잇따를 것이다. 맞다. 우리 모두 공범이어서 공정한 기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후위기혐의의 특징이고, 소고기 문제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유통되는 소고기의 양이 줄어들면 소고기의 영양적 가치를 누려야 마땅하다고 인정되는 곳에 (예를 들어 유아의 발육, 성장) 정의로운 배분의 문제가 따라올 것이다. 지금도 소고기 가격이 비싸 고급 명절선물 용도로 과대포장되고, 금가루가 뿌려지고, 회식 자리에서 소중한 나의 노고를 보상받는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현실에서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될 때, 유아의 발육을 위한 자원이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소비대중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거꾸로 정치에 이것의 공정한 배분을 요구할 것이고, 최소한 유아에게 배급되는 소고기를 제도적으로 지켜내려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이 대단히 좌파적인 대책은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울 터인데, 이 배급된 고기의 음지 시장 형성이다. 어쩌면 고기딱지라 불리울 수 있을 이 제도의 웃픈 이면을 이 가상기사에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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