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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⑲ 교착상태와 위기상태의 이중주

입력 : 2015-10-12 1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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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상태와 위기상태의 이중주

 

 

교착과 위기가 반복되는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 이래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와 위기상태를 반복하고 있다. 남북이 적대하면서 으르릉대는 교착상태로 지내다 우발적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전쟁 위기로 치닫는 위기상태로 바뀌고, 이를 어렵사리 미봉으로 넘긴 후 다시 교착상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출범시 ‘신뢰 프로세스"를 표방하며 이명박정부와 차별화를 꾀했지만 남북 간 대화나 신뢰구축보다는 북한에게 먼저 ‘진정성"을 보이라면서 기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상호 비난전으로 시간을 보내다 목함지뢰사건이 터지자 데프콘 발령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곧바로 전쟁 직전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김관진, 황병서 등의 ‘2+2 회담"으로‘8 · 25 합의"를 도출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남북관계의 기본 패턴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교착상태와 위기상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위기와 긴장고조로 이득 보는 사람들

북한은 경제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외자유치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중 삼중의 경제봉쇄를 풀어야하는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아무리 시비를 걸고 도발을 해도 오불관언 아예 무시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우방인 중국 또한 시진핑 집권 이후 북한을 도와주기는커녕 냉랭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카드, 중국카드가 사용불능 상태인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카드가 한국인데, 위기를 고조시키면 잃을 게 많은 한국은 끌려오지 않을 재간이 없고 거기다 한 수 더 떠 장단까지 척척 맞추어주니 북한 입장에서는 제법 쓸만한 카드이다. 위기를 조성한 후 국제사회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곤 목적을 달성한 후 다시 미봉시켜 교착국면으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한국의 행동은 무엇때문인가? 수십 배 우세한 국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북한 주연의 교착 ·위기의 이중주 연주에 기꺼이 조연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기싸움에 몰두하고 약자의 방편인 벼랑끝 전술을 마다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는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작금 동아시아에서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간 패권 싸움에서 궁지에 몰린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타개하는 유일한 카드가 북한과의 협력이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새로이 최대의 경제 파트너로 부상한 중국 사이에서 한쪽만을 편들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과 협력해 미·일 대 중·러 의 신냉전을 협력구도로 바꾸어놓아야만 생존의 길이 열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마다하고 굳이 국익에 반하는 교착 ·위기의 남북관계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행동이 어디 있는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는 ‘8 · 25합의"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찾아진다. 국내정치용인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

 

교류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드는 방법

남북관계를 교착 · 위기의 이중주에서 교류 · 협력의 장으로 바꾸는 길은 없을까? 우선 남북관계를 국력이 월등한 한국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다음으로 반목과 적대의 전술구사에 능한 당국자들은 뒤로 빠지게 하고 협력의 기술을 잘 구사하는 사람들을 내세워야 한다. 약자의 처지에서 체제 보존을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는 북한을 관리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이끌 리더십과 전술이 필요하다. 로버트액설로드가『협력의 진화』에서 제시한 다음의 협력 전술은 음미할 만 하다. 첫째, 상대가 협력하는 한 거기에 맞춰 협력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 둘째, 상대의 예상치 않은 배반에 응징할 수 있을 것. 셋째, 상대의 도발을 응징한 후에는 용서할 것. 넷째, 상대가 나의 행동 패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행동을 명확하게 할 것 등이다.

 

 

정치학박사 ?nbsp;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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