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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㉓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4)

입력 : 2015-12-04 2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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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와 협력 거쳐 ‘남북연합"체제로

 

 

이번 호는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즉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1년 칼럼의 결론에 해당된다. 그간 독일 ·예멘 ·베트남 등 분단되었다 재통일된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분단된 국가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첫째, 두 국가 사이에 세력균형이 무너져야 하고, 둘째, 통일의 구심력이 원심력을 능가해야 하며, 셋째, 지혜로운 외교를 통해 주변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현재 남북한 사이에는 GDP에 있어서 40배 이상 차이가 나고 군사력에 있어서도 남한이 월등히 우세한 상태이므로 첫째 조건은 이미 충족된 셈이고, 셋째 조건은 둘째 조건이 충족된 다음의 과제이기 때문에 둘째 조건만이 문제가 된다.

 

통일의 구심력과 원심력

한반도에서는 통일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생길 경우 그간 진행되던 모든 교류와 협력이 중단되고 곧장 전쟁 일보직전으로 치닫는 현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91년 공안정국, 94년 김일성 조문파동, 그리고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 등을 거치면서 안보와 통일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통일정책은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했다. 현재 모든 남북관계를 옥죄고 있는 ‘5 · 24 조치"가 취해진 배경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이명박 정부는 부담스런 군사적 응징보다는 ‘5 · 24 조치" 라는 손쉬운 경제적 제재를 선택했다. 당시 여론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보수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거리낌없이 쏟아냈고 이는 정부정책에 반영돼 모든 남북 간 교류 ·협력이 중단됐으며 이후 남북한 당국은 개성공단까지 폐쇄했던 것이다.

 

취약한 통일의 구심력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길러진다. 인적 교류와 사회문화적 협력을 통해 민족공동체 의식이 싹트고, 경제협력으로 상호의존이 깊어져 통일에 대한 물질적 유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봐도 이는 분명하다. 1969년 브란트 사민당 정부의 동방정책 이후 시작된 교류 ·협력은 82년 헬무트 콜 기민당 정부로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지속됨으로써 통일의 구심력에 의해 89년 10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것이다. 동서독 간 경제협력은 69~89년 사이 576억 달러, 연평균 29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80년 이후 인적 교류는 연평균 1,300만 명에 달했다.

 

이에 비해 남북한 사이 교류 ·협력 현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1998~2007년 사이 경제협력은 10년 동안 40억 달러, 연평균 4억 달러 밖에 되지 않았으며, 더욱이 인적교류는 87만 명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일방적인 퍼주기"라고 비난했으며 이를 주도했던 사람들에게는 ‘종북좌파"라는 낙인을 찍었다. 새삼 통일의 원심력이 외세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도 강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했던 사례이다.

 

남북연합의 비전이 필요하다

가다 서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교류 ·협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환경과 틀이 뒷받침되어야한다. 적대적 남북관계를 평화체제로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틀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국내외적 틀이 바로 ‘남북연합"이다. ‘남북연합(confederation)"이란 남북정상회의와 각료회의의 정례화를 근간으로 해 통일헌법의 초안을 만들 남북평의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사무처로 구성되는 기구로서 완전통일에 이르기 전 중간단계의 과도기적인 정치체제이다. ‘남북연합"은 새로운 게 아니라 1989년 이후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에 해당하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 · 15 공동선언"의 제2항이기도 하다. 한국이 주도해 ‘남북연합"의 비전을 내걸고 북미관계 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실현시킨다면 7,500만 민족의 통일 염원은 체념에서 희망과 기대로 바뀌어 통일동력으로 폭발할 것이다. 또한 ‘남북연합" 하에서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룩하고 이것이 일본과 중국의 동북 3성까지 포괄하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나간다면주변국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태도도 협력적으로 바뀔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 구축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광범한 연대전선을 구축해 한국의 여론시장을 주도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번 대선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정부가 통일지향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면 ‘남북연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한 차기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주도 면밀하게 통일정책을 추진해나간다면 임기 내에 ‘남북연합"은 실현 가능할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만이 통일의 원심력과 구심력의 치열한 싸움에서 구심력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

 

 

정치학 박사·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그간 짧은 지식으로 남북 간 현안에 대해 주절주절 지껄였습니다. 1년 동안 제 졸고를 열심히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백장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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