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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100일… “직접 손실만 8천억원”

입력 : 2016-06-23 14:54:00
수정 : 0000-00-00 00:00:00

개성공단 폐쇄 100일… “직접 손실만 8천억원”

 

평화통일시민강좌

정기섭 개성공단기업인협의회 회장

이번호에는 개성공단기업인협의회 회장의 강좌 내용을 싣는다. 6.15 정신을 실천하고자 모인 ‘평화통일시민행동’에서 지난 5월부터 ‘남북교류 협력재개촉구 평화통일시민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가 [프레시안]에 연재되고 있다. 이중 파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다른 2번째 강좌 내용을 싣는다. 기사 공유를 허락해주신 [프레시안]에게 감사드린다. <편집자주>

 

▲ 강연하는 정기섭 회장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통령께 결재받은 사안, 재검토는 안된다

2016년 초 북한의 핵실험으로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남측 인원을 줄이는 조치가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개성공단 운영에 지장이 있었으므로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과 면담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2월 9일 연락이 와서 10일 오후 2시 삼청동 회담본부에 가보니 그 자리에 장관뿐 아니라 차관의 명패도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개성공단에 무슨 일이 터지는가보다 직감을 했죠.  

 

그 자리에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을 했고 이것은 대통령한테 결제받은 사항이니 재검토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개성공단 내의 많은 자재와 완성품을 들고나올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이틀 동안 차 한 대, 사람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결국 다음날 11일 북측의 추방조치로 우리는 개인 사물도 제대로 못 챙기고 황망히 피난 나오듯이 나와서 지금까지 못 들어 가고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도 모르는 개성공단 핵개발 전용론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이유를 세 가지로 이야기 했습니다. 

 

첫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개성공단 자금이 쓰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성공단으로 6200억 원이 들어갔고 이 금액을 연간으로 따지면 600억 원이 채 안 되는 돈입니다.

 

이 돈 중에 50%를 핵 개발에 썼다 하더라도 일 년에 300억 원 가지고 조 단위 비용 규모가 들것이라 추측되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습니까. 통일부 장관도 잘 모르니 근거를 못 대는 것 아닙니까.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70달러에서 시작해서 개성공단 중단 직전에는 200달러 정도였습니다.

 

많지도 않은 이 금액의 대부분이 개성공단 근로자 및 가족의 생필품 구매에 사용된다고 생각했을 때 개성공단 중단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신변안전 문제? 연평도에 포가 날아 올 때도 그런 일은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 즉 개성공단 주재원들의 인질화 가능성"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10여 년간 생활해 왔던 기업인들과 주재원들은 신변안전을 문제 삼는 정부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기 힘듭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나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2013년 4월 8일 북측이 근로자를 철수시켰던 당시에도 지난달 임금을 못 준 상태였습니다. 몇 달 혹은 일 년씩 임금이 밀려있는 기업이 있었고 세금도 안 낸 것이 있어서 모두 1300만 달러를 정산했어야 합니다. 북측에서 이를 정산하기 전에는 관리위원장이 남을 것을 요구했고 그래서 실제로 관리위원장이 일주일 남아있었습니다. 기업들로서는 솔직히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법적 절차도 없이 민간기업 문 닫게 할 수 있나?

세 번째 이유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제재 동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엔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크게 저하시키는 제재는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성 공단 전면 중단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사람들은 개성공단 내의 북측 근로자 5만4000명과 개성에 있거나 서울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남측 근로자 2000명, 그리고 123개 입주기업과 70여 개의 영업 기업입니다.

 

왜 애꿎은 우리가 벌을 받아야 합니까?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하면 남북협력사업을 정지할 때에는 '국가안전보장을 명백하게 해칠 경우에 한하여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되어 있습니다. 작은 기업이 사업을 할 때에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계약서에 의거한 위약금을 물고 해약을 합니다.

 

우리는 공기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부 마음대로 손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까?
 

▲개성공단 남한 인원들이 지난 2월 11일 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우리가 잃은 것들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잠정 중단 이후 남북의 치열한 협상 끝에 나온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1항은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입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처음 3~5년 동안은 적자를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북측 노동자들이 제품 품질에 대한 개념이 없으므로 '이 정도면 쓰는데 지장 없는데 왜 불량이냐'며 많이 싸웁니다. 납기일 맞추느라 애 많이 먹습니다. 그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제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와 이르렀는데 하루아침에 사업장이 없어졌습니다. 우리가 잃은 것의 첫 번째는 정부에 대한 신뢰입니다.

 

앞으로 경제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장도 짓고 영업소도 차려야 하는데 이번 경우를 보면서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두 번째는 남북경협의 실험장이자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을 두고 '통일의 옥동자'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상주하는 주재원 850명이 북측 근로자와 함께 생산을 같이 하는 곳입니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항시적인 만남을 통해 변화를 이루어 나가는 곳입니다. 체제와 제도 및 문화가 상이한 남과 북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협력할 수 있는지를 매일매일 실험하는 작은 통일의 공간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으로 남북경제협력 및 작은 통일의 모델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습니다. 

 

세 번째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경제적 피해입니다. 기업의 직접투자 손실로만 8000억 수준입니다. 그보다 더 큰 것은 영업손실로 개성공단에서 쫓겨났지만 주문상품의 납품기한은 맞춰야 하므로 개성공단에서 100원 가지고 할 것을 200원, 300원 들여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자재도 다시 발주하면서 손실을 크게 입었습니다. 이러한 영업손실까지 합치면 조 단위가 훨씬 넘어갑니다.  

 

핵미사일 개발은 북한 당국이 했는데 왜 남북의 근로자와 우리 기업이 벌을 받아야 합니까. 제재의 대상과 제재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글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사무국장

출처 : 프레시안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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