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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① 지역강연

입력 : 2016-07-07 15:32:00
수정 : 0000-00-00 00:00:00

지역강연으로 ‘통일코리아 씨’를 심는다

 

지난 한 달간 고국을 방문하면서 성공회대, 전남대, 한신대, 경희대 등 대학교를 비롯해 광주, 대구, 수원, 전주, 거창, 청주, 옥천, 서울 등 8개 지역에서 15차례의 크고 작은 강연회나 지역모임을 가졌다.

 

정부가 지난해 12.28 한일합의를 강행하면서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중심으로 한 역사이슈와 분단문제를 연결하여 시민운동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함이다.

 

▲ 윗줄 왼쪽부터 <옥천신문> 이현경 기자, 박수정 기자, 이인재 대표, 정연진,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 이창욱 기자, 권오성 기자, 박누리 기자. 아랫줄 왼쪽부터 장재원 부국장, 임만재 군의원. [사진제공=정연진]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6월 6일 현충일 이른 아침. 작년에 풀뿌리 시민의 힘으로 건립된 대구 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 대구 경북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해마다 현충일에 이러한 추모제가 열린다고 한다. 대구에 유명한 이용수 할머니가 단골 연사로 참석하신다.

 

현장에는 인근에서 또 멀리서 100명 가까이 고등학생들이 참석했다. 학교에서 단체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 역사관의 홈페이지를 보고 자발적으로 신청한 것이라 한다. 아, 기특한 학생들이 이렇게도 많다니!

 

미쯔비시 징용자 소송으로 유명한 최봉태 변호사와 내가 연사로 출연한 토론회에서 반짝이는 눈망울로 적극적으로 응대하면서 경청했던 학생들이 던지는 압도적인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 대답은 “‘위안부’라는 제도도 전쟁이 있기 때문에 생긴 성노예제도 이므로 우리는 전쟁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지구촌에 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수 있기 위해 “평화를 원하는 세계 시민들을 끌어들여 그들과 함께 평화코리아를 염원하기 위해”, ‘평화’를 세계 각국어로 써넣은 OK원코리아 평화보자기를 펴보이며… “평화코리아가 한국인만이 아닌 세계인의 드림이 되게 하자는 뜻이다”라고 말해주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일본의 청소년들과 교류하고 협력해 전쟁반대, 평화 염원 활동을 하는 것을 유튜브 등 SNS 에 올리고 지구촌에 알려나가야 한다. 마침 일본은 전쟁을 수행하는 헌법으로 헌법을 고치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청년세대의 전쟁반대 목소리가 왕성하다. 한-일 청년들이 함께 연대하여 평화의 목소리를 점점 키워나가자.

 

또한 중요한 것은 ‘세계인들에게 이 문제는 단지 한일 간의 갈등이 아니라 ‘성노예’라는 참혹한 인권유린 제도가 없어야한다는 인류 보편성에 입각해 해결되어야하는 문제임을 당당히 요구하자”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정연진씨와 본지 편집국장의 기념촬영

 

옥천, 지역 문화회관

옥천신문사 주최로 평화운동가 고은광순 선생님과 함께 강연한 ‘일본군‘위안부’ 문제 현황과 우리의 나아갈 길’ 좌담회에는 지역에서 과연 얼마나 사람들이 올까, 무척 궁금했다. 주최측 말이 동원되는 행사가 아닐 경우 대개 30명을 넘기기 힘들다는데 50명정도 오신 것 같다.

 

더우기 젊은 엄마들과 역사선생님들이 많이들 오셨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통일이슈 강연에는 주로 50,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참석하는데 옥천지역은 예외였다. 생생한 기운이 느껴졌고 참석자들에겐 연령을 가리지 않고 젊은 의식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옥천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선일보>가 침투하지 못한 지역이다. 1989년 창간된 지역신문인 <옥천신문>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공동체를 튼튼하게 지키는 버팀목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신문사의 기자들도 무척 젊다. 이번 행사도 4년전에 우연히 옥천신문사를 방문했다 알게되었던, 당시 대학 졸업한지 얼마 안 된 박누리 기자 덕분이다.

 

지역이 희망이다. 그리고 청춘이 희망이다. 적어도 내가 만난 대한민국의 청춘은 여전히 절망보다는 희망 에너지로 충만해 있었다.

 

한국에 갈 때 마다 지역을 꼭 순회하는 이유는 지역공동체 기반의 풀뿌리 통일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AOK(Action for One Korea)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면서 국제적으로 네트워킹이 된, 지역기반의 글로벌 시민운동을 추구한다.

 

모든 것이 중앙 중심이고, 과도하게 수도권에만 몰려있는 대한민국의 안쓰러운 현실. 그러나 지역이 있어야 중앙도 있는 것이지…. 풀뿌리가 튼튼해야 나무도 있고 숲도 있다.

 

통일로 가는 길도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동안 한국인들은 너무도 ‘국가’라는 집단의식에 매몰되어 있었다. 이 틀을 잠시 내려놓고 지역공동체가 세계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형태로 성장하면서 국가를 다시금 바라볼 때, 미래지향적인 통일운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시대에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는 통일 비전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죽음이 일상화된 나라, 암울한 그림자가 기운 분단의 땅에서 나비가 찾아드는 온전한 축복의 나라, 밝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서로에게서, 공동체에서 찾아야한다.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기죽지 않는 젊은 세대의 의식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한, 자신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역공동체를 아끼고 풀뿌리 정신을 보듬어 나가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한국인들은 해낼 것이다. 통일 코리아에 이르는 험난한 길을 풀뿌리의 힘으로 담대하게 개척해낼 것이다.

 

2016년 6월의 지역순회에서 희망과 감동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지역에서 만난 모든 분들, 청춘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이야기한 젊은이들, 모두 모두 고맙고, 꼬옥 껴안아주고 싶다.

 

 

 

글 AOK 코리아 대표 정연진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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