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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⑨ 봄이 왔는데도 왜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가?

입력 : 2015-02-26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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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는데도 왜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가?

 

봄이 왔는데도 왜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가?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1962년에 출간된 레이첼 카슨(1907-1964)의 저서 『침묵의 봄』은 현대 환경운동의 등장을 알린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화학산업과 그것이 생산한 치명적인 살충제를 고발하기 위해 쓴 책이었다. 카슨은 합성 살충제에 의존하면 살충제에 노출된 해충들이 내성을 갖게 되어 더 많은 살충제를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정확하게 경고했다. 카슨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 사람들은 DDT같은 치명적인 독성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승리는 얻었지만, 화학물질의 사용은 계속 확대되었다.

 

무엇보다, 카슨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합성 살충제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해 생태학적 비판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생태를 파괴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생태 악화의 주요 원인은 ‘이윤과 생산이라는 신(神)들"이라고 지적했다. 환경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가 ‘산업이 지배하는 시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권리이며 이런 권리가 비난받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카슨은 홀로 돌출한 인물이 아니라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핵방사능의 위험을 알리는 일에서 시작된 과학자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의 저항운동의 한 부분이었다. 이들의 작업으로부터 현대의 생태운동이 등장했다.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나 제초제 가운데는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키는 물질이 다수 있다. 우리가 방사선의 유전자 변형작용을 알고서는 놀라면서 우리의 환경 속에 널리 분포되어 같은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한가?"라고 물었다.

『침묵의 봄』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화학물질의 사용이 줄어들기는커녕 이제는 아예 유전자를 변형시킨 종자로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을 먹는다. 이러다가는 봄만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명 자체도 침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레이첼 카슨을 생각하는 까닭이 그것이다.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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