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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⑮ ‘동방견문록’ “지어낸 말이라고 고백하라”

입력 : 2015-05-15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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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지어낸 말이라고 고백하라"

 

몽고 기병이 처음으로 도나우 강변에 나타났을 때 유럽인들은 지옥의 모든 마귀가 뛰쳐나오고 대지는 어둠으로 뒤덮이는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생각했다. 몽고인(Mongol)이란 이름에서 그들은 ‘곡(Gog)과 마곡(Magog)"을 연상했다. 중세기에 기독교도들은 천당과 지옥이 모두 동방에 있고 세상의 종말이 오면 ‘지옥에서 풀려난 사탄이 곡과 마곡을 불러내 전쟁을 일으킨다"고 믿었다(신약 <요한계시록> 제20장).

 

우리가 잘 아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폴로 일가가 텐둑(Tenduc天德, 오늘날의 내몽고 툭투托克托)에 도착했을 때, 폴로는 그곳이 마귀‘곡과 마곡" 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은 무지와 지나친 문자의 유회가 빚어낸 오해였다.

 

오해를 유발한 또 하나의 문자 유희는 타타르인이란 명칭이었다. 몽고제국이 확장하던 시기에 유럽에서는 몽고인과 그들을 따라온 초원 유목민족을 통틀어 ‘타타르"라고 불렀다. 라틴어에서 ‘지옥"은 타르타루스(Tartarus)라고 쓴다. 몽고인이 바로 ‘곡이자 마곡"이니 그들은 지옥에서 솟아난 인종(타타르인Tartares)이라 본 것이다. 교황이 몽고인에 맞서 "마귀를 지옥으로 쫓아버릴" 성전을 벌이자고 호소한 것을 보면 당시 유럽인들이 몽고인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컸던가를 알 수 있다. 기독교권의 군주들도 "타타르인이 감히 우리를 침범하려 한다면 그들이 원래 있던 지옥으로 쫓아 보내자"고 소리쳤다.

 

베네치아를 떠난 후 4년 만인 1275년 어느 여름날 쿠빌라이 칸의 궁전에 도착한 마르코 폴로는 "정교하고 위풍당당함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고 썼다. [동방견문록]에 ‘곡과 마곡이 있는 곳"이라는 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견이었다. 마르코 폴로의 무지와 문자 유희가 빚어낸 편견과 오해가 이토록 엄청난 것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숨을 거둘 때 임종 고해성사를 위해 찾아온 신부는 [동방견문록]의 내용이 지어낸 말이라고 고백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폴로는 "내가 듣고 본 것의 절반도 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가 자신의 무지를 참회했던 것일까 덮었던 것일까?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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