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해와 오해 [77] 역사 기록의 차이, 로마와 중국의 역사가

입력 : 2017-12-15 15:27:00
수정 : 0000-00-00 00:00:00

 

역사 기록의 차이, 로마와 중국의 역사가



역사서는 작자 자신의 배경을 때로는 많게, 때로는 적게 반영하고 있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편년사역사는 로마제국 전기의 역사를 기록한 거작이다. 편년사는 서기 14년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죽음과 티베리우스의 제위 계승에서부터 시작하여 서기 68년 네로 황제의 죽음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그 이후 시점부터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죽음(서기96)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디오가 쓴 역사는 서술 대상 기간이 (아우구수투스 왕조를 포함하여) 훨씬 더 길다. () 플리니우스가 남긴 편지와 칭송의 시는 로마제국 황금시대 초기에 관한 중요한 역사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통치계급인 원로원 의원이었다. 로마제국 전반부 12황제의 전기를 쓴 수에토니우스는 기사계급 출신이었고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서신 출납을 관리했다. 이들이 저서에서 훌륭하다고 평가한 황제는 예외 없이 원로원 귀족들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특혜를 베푼 인물이었다.

중국의 역사가들도 정치 엘리트에 속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지위는 비교적 낮았다. 고대 중국의 왕조와 춘추전국시대의 제후국에서는 태사(太史)라는 관직을 두어 군주의 언행을 기록하게 하였는데 그 목적은 군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시해사건 발생하면 태사직에 있는 사람은 종종 위험에 빠졌다. 기원전 548년 제()나라 장공이 대부 최저의 아내와 간통했다. 분노한 최저가 장공을 죽였다. 최저는 태사에게 장공이 병사했다고 기록하라 요구했으나 태사는 곧이곧대로 최저가 임금을 시해했다고 기록했다. 그러자 최저가 태사를 죽였다. 태사의 두 동생이 그 직을 잇달아 물려받았으나 기록을 고치려 하지 않자 최저가 둘을 연이어 죽였다. 태사의 마지막 동생도 기록을 고치려하지 않았다. 이때는 최저도 어쩌지 못했다. 태사관의 직원들이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그대로 기록하였다.

사관의 직필은 후대의 왕조에 와서는 연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태사(또는 태사령)의 직책은 유지되었으나 녹봉은 6백석에 지나지 않았고 조회에 참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직위였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의 태사직과 통사를 쓰겠다는 뜻을 이어받았다. 10년 뒤 그는 흉노에게 투항한 이릉을 변호했다가 남성이 거세되는 형벌을 받았다. 그는 곤경에 굴하지 않고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동한(東漢) 초의 반고도 아버지 반표의 뜻을 이어받아 한() 왕조의 역사를 썼다가 국사를 사사롭게 개작했다는 죄로 투옥되었다. 그의 동생 반초가 말을 타고 달려와 상소를 올리자 명제가 반고를 사면했다. 반고의 재능을 알게 된 명제는 그를 녹봉 1백석의 공문서를 교열하는 말단 관직에 임명했다. 반씨 집안은 넉넉하지 않아서 반초는 상경 후에 공문서를 베껴 쓰는 일로 모친을 공양했다. 반초는 뜻이 큰 인물이라 이런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얼마 후 군대에 들어갔다. 20년 후, 반고는 다시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투옥되었고 옥중에서 죽었다(서기 92). 반고가 죽고 나서 5년 뒤에 서역도호의 자리에 있던 반초는 대진(로마제국)을 찾기 위해 사신을 파견했다. 반고의 필생의 역작인 한서의 마지막 두 장은 문재로 이름을 날리든 그의 여동생 반소가 완성했다.

후한서의 저자 범엽은 명문가 출신이다. 삼국지의 저자 진수와 마찬가지로 그는 관변 자료와 다른 역사가의 사료를 이용하여 사서를 썼지만 정식 사관의 직위를 가진 적은 없는 인물이다.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는 중국 26부 정사의 전사사(前四史)‘라고 불린다.

로마제국과 고대 중국의 대 역사가들은 전제정치 아래서도 정치와 사회의 폐단을 비평했다. 그러나 로마의 역사가들은 자신의 출신 계급의 관점에서 사건과 인물을 평가한 면이 강하다. 반면에 중국 고대의 대 역사가들은 대부분 정부로 부터 녹봉을 받는 하위직 관리였지만 그 문장은 관부의 평가를 대변하지 않았다. 역사가로서 최고의 덕목이라고 할 독립된 관점이란 면에서 두 세계의 역사가를 비교하는 일은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78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