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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15] 유행어 (2) “네가 무슨 오빠야”, ‘중도통합’, ‘싹쓸이’

입력 : 2020-07-03 01:57:56
수정 : 2020-07-03 02:27:56

이해와 오해 [115] 유행어 (2)

네가 무슨 오빠야”, ‘중도통합’, ‘싹쓸이

 

 

저술가 박종일

 

    땡전뉴스 자료사진

 

1970년대는 정치적으로는 긴급조치로 대표되는 폭압적인 독재이면서, 경제적으로는 고도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엄청난 개인적 국가적 부의 축적과 함께 그만큼의 사회적 갈등과 모순이 축적된 시대였다. 70년대 초,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강변북로의 승용차 안에서 어떤 젊은 여인(성이 씨였다)이 권총으로 사살된 체 발견되었다. 이른 바 호스티스였고, 미혼인데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아이의 이름은 성일), 범인은 친오빠이며, 동생의 문란한 생활을 질책하는 오빠를 향해 정여인이 네가 무슨 오빠야라며 무안을 주자 범인이 격분하여 방아쇠를 당겼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대학생들 사이에 네가 무슨 오빠야를 페러디한 온갖 풍자가 난무했다. 시중에서는 아이의 성이 박씨(대통령 박정희와 같은 성)냐 정씨(국무총리 정일권과 같은 성)냐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때마침 눈물의 씨앗이란 대중가요가 발표되면서 박()성일은 그냥 눈물의 씨앗일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가요와 함께 유행했다.

이 무렵 야당 당수는 정치는 현실이라며 중도통합론이란 용어를 만들어 정권에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중의 술자리에서는 진위판정이 불가능하거나 의견일치가 안 될 때 중도통합하자는 유행어가 나왔다.

3선 개헌 때 야당의원이면서 변절하여 찬성표를 던진 보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 된 성낙현이란 인물이 여고생을 피임약까지 먹여가며 농락한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을 상징하는 영계(嬰鷄)’라는 말이 부도덕성을 가리키는 대명사로서 시중에 크게 유행하였다.

70년대의 마지막 밤은 궁정동의 총성으로 마감되었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술자리에서 대통령에게 형님, 나는 한다면 합니다라고 소리치고 이 버러지 같은 놈!”이라며 대통령 경호실장을 사살했다. ‘형님....’버러지는 시민들의 술자리에서 단골 안주와 풍자의 소재가 되었다. 통치자를 잃은 집권당이 때늦은 자체정화를 한다면서 전직 정보부장이자 대통령비서실장이던 이후락을 부패분자로 지목하여 제명하자 당사자는 변명하기를 정치자금을 만지다보니 손에 떡고물 묻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비판자들은 고물이 떡보다 더 많았다고 반박했다. 그 뒤로 떡고물은 여러 변용을 거치며 진화하여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1980년은 서울의 봄으로 시작되었다. 봄꽃이 질 무렵에 신군부라고 불리는 군부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 군대도 정계도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국회는 집권당(1중대)과 순종적인 야당(2중대, 3중대)로 채워졌다. 국회의원은 할 일이 없는 애보는 국회가 되었다. 2중대, 3중대는 지금도 유행어로서 활약하고 있고 애보는 국회식물국회를 거쳐 동물국회로 발전했다.

신군부의 정권장악 과정을 풍자하여 화투판의 용어인 싹쓸이가 대유행하였다. 화투의 규칙에 정치의 현실을 투영한 전두환 고스톱이 출현하였고 이 방식은 아직도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이 발호하자 시중에는 박사(전문가 그룹) 위에 육사,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이순자)여사라는 풍자가 유행하였다. TV뉴스 시간에는 시보가 울리고 첫 소식으로 전두환 대통령 동정이 나오는 방식이 고착되었다.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땡전 뉴스라고 비꼬았다. 권력의 중심부로 이동한 군인들의 술자리 문화가 시중에도 보급(?)되어서 강남 유흥업소에서는 폭탄주가 유행하였다, 폭탄주는 원자탄주, 수소탄주로 지금도 진화하고 있고 한류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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