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④ 군산복합체

입력 : 2015-02-26 10:39:00
수정 : 0000-00-00 00:00:00



 



넘지 않으면 안될 산, 군산복합체



 



3월이 되면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 훈련을 시작으로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줄지어 실시된다. 주권국가에서 안보를 위해 평소 군대를 양성하고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유독 한반도에서는 군사훈련 때마다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관계가 험악해져 군사충돌의 위험이 생기고 이로 인해 대화와 협력마저 중단되고 파행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B-2, B-52, F-22, 핵잠수함 등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예 전략무기가 총출동해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군산복합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월 1일 연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그 중 국방예산이 5343억 달러였다. 전년도보다 8% 늘어난 이 액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 예산 심의가 벌어질 3~4월은 공교롭게도 한미연합훈련과 시기가 겹친다.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 훈련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대규모 무력시위를 할 경우 북한은 반발할 것이고 그 와중에 불거질 ‘북한위협론’은 군사비 증액에 더 없이 좋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위산업은 1차 세계대전 직전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후 전 세계에 미사일, 전투기 등 무기를 수출하면서 지금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방위산업체들은 50개 주 전역에 공장이 분포돼 있어 군대만이 아니라 의회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하 국회의원들로서는 공장을 더 만들고 무기를 생산하는데 앞다퉈 협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방위산업은 행정부와 정치권까지 아우르는 광범한 ‘군산복합체’ 커넥션을 구성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폐해가 오죽 했으면 군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 전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미국이 위험하다. 평화적 목적으로 쓰여야 할 많은 돈이 군수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경고했을까. 미국이 매년 쓰는 군사비는 600조 원으로 2위부터 11위까지 합친 나라들의 군사비보다 더 많다. 



 



한반도는 미국 무기수출의 최대 시장



한국 또한 막대한 비용을 군사비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국방비로 37조 4500억 원을 배정했는데, 작년보다 2조 원 가량 증액된 액수이다. 그 중 상당액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구입에 사용하는데, 미국 무기수출의 13%를 차지해 호주(10%)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무기 구입은 거대한 떡고물 때문에 방산비리가 발생하는 온상이기도 하다. 한국군 고위 장교들이 제대 후 줄줄이 미국 방위사업체에 취직하고 있는 것도 한국 군대가 그만큼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매년 방위백서를 통해 남북 간 군사력 비교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해괴한 것은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우리의 국방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군사예산은 37조 원으로서 북한의 1년 국민총소득(GNI) 33.8 조 원보다 더 많은데도 말이다. 도대체 북한이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돈 없이 무슨 재주로 군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 비밀은 국방부의 비교 방법에 있다. 탱크, 함정, 비행기 등 무기 개수를 단순 비교해 무기의 성능과 상태는 무시한 채 숫자가 많다는 걸 근거로 북한위협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넘지 않으면 안될 산, 군산복합체  



한편 군산복합체는 남북 간 화해 움직임을 적극 견제하기도 한다. 98년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자 군산복합체는 즉각 뉴욕타임즈에 북한 금창리 지하동굴 사진을 흘렸다. 북한이 핵 활동 중단 약속을 어기고 이 동굴에서 재처리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북한의 요청에 따라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가 어렵게 합의한 9 · 19 공동성명을 깨려고 BDA 사건을 제기한 것도 이들이었다. 군산복합체는 한민족이 교류 · 협력을 거쳐 통일로 가는 데 넘지 않으면 안될 운명의 산이다.



 



정치학박사·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