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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입력 : 2015-03-11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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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싶다



시베리아에 가고픈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대학 시절 푸시킨,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등 러시아 문호들의 작품에 빠졌는데 그 때 문득 시베리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 속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그 시절 꽉 막혀 있던 상황에서 숨통을 좀 틔우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가지 못했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다. 당시 못 간 것은 여비 때문이기도 했지만 소련과 수교 전이라 공산권 국가에 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던 환경때문이었다. 



 



남 · 북 · 러를 잇는 가스관 사업



작년 말 시베리아산 연탄 4만 5백 톤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로 54 km 옮겨진 후, 나진항에서 포항 신항으로 운송돼 포항제철소에서 코크스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번 운송은 남 · 북 · 러 3각 협력 프로젝트인 나진 ~ 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 사업은 관계국들 모두에게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나아가 동북아 국가들 간 에너지 물류와 경제협력의 확대, 그리고 남북 관계의 개선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북한 나진항을 경유한 노선을 이용하면 다른 경로에 비해 1.5일의 시간과 15 ~ 20 %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6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강연에서 “나진선봉은 국제화된 지역이어서 우리 투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니 정부도 경제적 이익이 되는 대북사업은 할 생각이 있나 보다.  



남 · 북 · 러 를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 또한 관심거리다. 가스관이 연결될 경우 한국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은 통과료 수입(매년 1억5천만 달러 예상)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러시아는 극동 지역 경제개발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 등 3국 모두에게 큰 이익이 발생한다. 이 사업은 2008년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북한 핵실험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멈춰버렸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긴밀해지면서 남북 가스관 건설이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가스 생산이 늘면서 아시아 가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이 사업도 곧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달리는 열차



한편 남북을 잇고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리는 기차 운행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 대지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를 잇는 총연장 9,288 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이다. 러시아 최대의 공업지대인 우랄 지구와 쿠즈네츠크 석탄분지, 북부의 석유, 가스 산지를 유럽으로 연결하는 러시아의 산업 대동맥 구실을 하고 있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된 철도를 이어 한반도 종단철도(TKR)만 건설한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시킬 수 있어 부산에서 유럽까지 한 번에 달리는 기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 의하면 한반도와 유럽 간 물류 운송비는 철도가 해운보다 훨씬 저렴하며, 운송거리와 운송시간 또한 각각 약 1만 km와 14 ~ 15일 가량이 단축될 만큼 대륙철도는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남북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는 중국 횡단철도, 만주 횡단철도, 몽골 횡단철도와도 연결될 수 있어 중국, 몽골 어디든지 한 번에 갈 수 있게 된다. 마음 한번 바꿔먹고 남북이 협력할 경우 꿈 같은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반도가 아닌 섬나라로서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어 육로로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커가는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 이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가? 마음 한번 바꿔 먹고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대륙을 휘젓는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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