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 “일어나 가자” 민족화해센터, 평양교구 기념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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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가자” 민족화해센터, 평양교구 기념사진전
이삿짐을 싸거나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흑백사진 앞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우리 가족 중에 한 사람인데 아빠일까 할아버지일까 사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게 된다. 누구이든 그 얼굴 속에 내가 있다.
민족화해센터 순례자 갤러리 1,2층에서 오래된 흑백사진전이 열리고있다. 분단 전 평양의 천주교 실태와 평양 시민들의 일상을 담은 것이다. “대부분 한옥의 형태로 세워졌던 성당들, 그리고 각 성당마다 세워졌던 교육시설과 시약소, 양로원 들을 통해 각 지역이 문화의 선구자요 봉사자로 그 중심을 이루었고, 조선 천주교 전래 150주년 행사를 평양에서 성대히 거행하는 등 평양교구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 주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지금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제 10대 평양교구장 서리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는 전한다.
기와지붕 성당 건물, 천주교 신식 결혼식 장면, 장례 행렬, 압록강에서 썰매 타는 신부님과 수녀님, 공부하는 아이들, 전후 복구를 하는 평양 시민들, 공산치하에서 건립되는 성당 모습, 눈 굴리는 소녀들, 빨래하는 아낙들 등의 사진이 있다. ‘압록강에서 썰매 타는 메리놀 수녀들’ 사진에서 왼쪽 앞의 썰매에 조바위를 쓴 여성은 메리놀 수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장면'박사 동생인 화가 '장발'의 부인 '서혜련 헬레나'이다. ‘전후 복구 중인 평양’은 평양의 수많은 시민이 파괴된 건물 잔재를 치우고 있는 뒤로 벽만 남은 관후리 대성당이 보이고, 가운데 위로는 평양 화신 백화점이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다.
평양의 대동문은 평양성의 동쪽 문으로 대동 강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구려 때 처음 건립되었으며 1541년(중종 36)에 소실되었다가 1635년(인조 13)에 재건되었다. 현재의 대동문은 한국전쟁시기에 일부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여 북한 국보 제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선전기 건축의 형식과 구조를 잘 보여주는 성문 건축물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며 평양의 대표적 상징물 중에 하나이다. 이 문은 대동강을 건너 남쪽으로 통하는 문으로서 평양성의 성문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성문이었다. 문밖의 덕바위 아래쪽에는 옛 나루터가 있는데 고구려 때부터 조선 말기까지 배타는 사람들로 흥청거렸다고 한다. 이 대동문을 나와 대동강 건너편을 ‘선교’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곳에 배다리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맑은 대동강 앞에서 아낙들이 빨래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에 대동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사진전을 준비하신 아타나시아 수녀님은 “작년이 평양교구 90주년이었고, 100주년 기념 미사는 평양에 가서 드리고 싶다”며 “천주교 신자들이 아니더라도 북한 땅에 우리의 반쪽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게 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점점 돌아가시니까 저기가 내 고향이었어 하는 기억을 떠올리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요.” 하고 사진전을 연 취지를 말했다.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선조들의 젊은 모습, 그 얼굴 속에 내가 있다. 그 동질감을 순간에 담은 사진술도 놀랍다. 사진자료는 서울교구 장긍선 신부님이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피난오신 분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집 물건은 버리고 교회 자료를 싸갖고 온 것 중에도 있고 메리놀 선교회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찍은 것들이 많다.
우리 땅이 여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륙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이때에 통일의 희망을 품은 사람들, 통일이 무슨 소용이야 생각하는 사람들, 북을 남같이 여기는 젊은이들, 북의 종교 역사가 궁금한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궁금한 아이들 모두가 이 사진전에서 우리 민족이 하나라는 감흥을 받을 것이다.
사진전은 5월부터 9월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허영림 기자
* 아타나시아 수녀님의 덧붙이는 말씀 :
“함흥교구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황해도는 사진전을 열고 싶어도 자료가 없어 아쉽습니다. 황해도 연고자분들이나, 황해도 관련 자료와 사진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민족화해센터 파주시 탄현면 성동로 111 (전화) 031-941-6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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