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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㉗ ‘슬로푸드 운동’ 창시자 페트리니 회장

입력 : 2015-11-18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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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배려의 음식운동 <슬로푸드 운동>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 인터뷰

 


"휴대폰 대신 먹는데 투자 하세요"

킨텍스 슬로푸드국제대회 참석 앞서 서면 인터뷰 

음식은 가격보다 가치로 평가해야 소중함 깨달아

토종재료 사용한 음식 먹어야, 농업 살리는 대안

 

슬로푸드 국제본부(카를로 페트리니 회장)와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9김종덕 회장)가 공동 주최하고 (주)디자인하우스(이영혜 대표)가 주관하는 2015 슬로푸드 국제페스티발이 11월 18일(수)부터 22일(일)까지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멋진 농부, 진짜 맛"이란 주제로, 40개국 180여명의 식문화 리더, 탑세프, 요리 연구가, 교육자, 장인생산자 등이 참여한다. 


건강한 먹거리와 전통음식과 유기농 음식의 개발과 생활화를 위해 펼치는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이자 국제슬로푸드협회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의 19일 내한에 앞서 <고양신문> <김포신문>  <파주에서> 3개 지역신문은 공동으로 페트리니 회장을 서면인터뷰 했다. <편집자>

 

 

Q. 슬로푸드 국제페스티벌을 한국에서 열게 되어 기쁘다.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 두 번째 맞나? 

 

A. 지난 2010년 9월에 처음 방문했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0년 9월에는 한국 슬로푸드운동을 격려하고, 한국의 슬로푸드를 돌아보고, 맛보기 위해 왔었다. 이번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국제슬로푸드협회와 공동으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슬로푸드 국제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그 현장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슬로푸드 대회를 유치하게된 남양주시를 축하하는 카를로 페트리니.


Q. 2010년도 한국을 방문해서 "휴대폰 대신 먹는 데 투자하세요"라는 요지의 연설을 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먹는 것과 가격을 연관시켜 사고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미각 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겠는가?

 

A. 오늘날 음식이 상품화되고, 대량생산된 음식이 공급되면서 싸고 맛있고, 편리한 음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온전한 음식, 배려의 음식이 사람들로부터 점점 외면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돈 쓰는데 인색하고, 휴대폰이나 신제품에 들어가는 돈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서 먹는 음식이 점점 더 형편없이 되고 있고, 이러한 식생활은 문제 음식이 확산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내가 휴대폰 대신 먹는데 투자하라고 한 것은 음식을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보고 접근하라는 것이다. 음식은 생명, 건강, 즐거움, 정체성, 문화, 역사와 관련되는 매우 가치있는 것이다. 미각 교육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 음식의 진정한 맛을 깨닫게 된다면, 음식을 가격보다 가치로 접근할 것으로 확신한다. 

 

Q. 예전에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좋은 먹거리를 고집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로푸드 운동이 농촌 공동체를 살리고, 농사와 토종식량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이것보다 확실한 정책이 있을 수 있지 않는가? 


슬로푸드 운동인 ‘맛의 방주 프로젝트"는 전세계 사라지는 종자나 음식을 2,715개 살려

 

A. 슬로푸드운동에서는 먹을거리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지금은 약화된 먹을거리 공동체를 강화하고자 한다. 먹을거리 공동체의 주요 구성원은 생산자와 소비자인데, 근래 들어 소비자의 구성비가 더 커지고, 생산자보다 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이 농업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가치로 접근하고, 생산자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더 많은 지출을 한다면, 그것이 선순환이 되어 생산자, 특히 젊은이들이 농사를 짓게 할 수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농사를 기피하는 것은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사짓는 것을 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생산자를 생각하고, 생산자의 소중함을 인식한다면, 젊은이들이 농사짓는 일에 더 적극적일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이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면, 농촌공동체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지역농사와 토종을 지키는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슬로푸드 운동이 벌이고 있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는 전세계 사라지는 종자나 음식을 2,715개 살리고 있다. 또 맛의 방주 생산자 단체를 지원하는 프레시디아 프로젝트도 461여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 토종 종자를 지키고, 지역 토양에 맞는 농사를 짓게 하고, 지역농산물로 조리한 지역음식을 지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Q.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미각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2009년 이탈리아에서 1000개 학교를 대상으로 텃밭 가꾸기 등의 교육 사업을 펼쳤다고 알고 있다. 이어서 2011년에는 아프리카에서 1000개 지역 마을에서 동일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와 아프리카의 미각 교육의 성과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에서 시사 받을 내용이 있을 것 같다. 학교 대상 미각 교육의 성과와 전망을 말해 달라. 


‘농업 없이 음식 없다" 학교 텃밭운동 


A.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일찍이 학교 텃밭을 통한 미각교육에 주목했다. 미국에서 앨리스워터스(Alice Waters) 국제슬로푸드협회 부회장이 학교 텃밭운동(Edible schoolyard project)을 통해 학생들의 식생활 문화를 바꾸었는데, 그것이 학교 텃밭의 중요성을 알리고 널리 시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탈리아에 학교 텃밭은 학생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 농업에 대한 생각을 알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학생들이 ‘농업 없이 음식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농업을 소중히 여기고, 농민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다. 

 

슬로푸드운동이 아프리카에서 추진한 것은 마을에 마을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게 한 것이다. 맨 처음 1,000개의 텃밭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그 목표를 이미 달성했고, 목표를 10,000개로 높여 추진하고 있다. 마을 텃밭의 목적은 마을 주민들이 그들이 먹는 식량의 일부라도 자급하도록, 직접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식량확보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효과는 대단히 컸다. 마을 텃밭은 마을 공동체의 활성화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학교 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학교 급식을 하면서 학교 텃밭을 병행하게 하고, 슬로푸드 미각 교육을 실시한다면, 학생들이 농업의 소중함,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음식을 가치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음식은 생명, 건강, 즐거움, 정체성, 문화, 역사와 관련되는 매우 가치있는 것이다."

"농업없이, 농부없이 온전한 먹을거리 없다는 것이다."

 

Q. 한국은 외식문화가 무척 발달해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자극적인 조미 문화가 미각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외식문화가 발달하는 것과 슬로푸드 운동은 상반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당신의 견해는? 

 

슬로푸드운동은 지역식재료로 조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A. 외식문화의 발달과 슬로푸드운동은 상반되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외식문화의 영역에서도 슬로푸드운동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식산업의 발전, 특히 글로벌푸드식재료를 활용한 외식업 확산, 각종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식생활문화는 지역농업, 지역음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슬로푸드운동은 지역농업, 지역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역농업, 지역음식이 지켜지고, 확산되려면, 지역 농업이 생산한 식재료를 가지고 가정과 외식업 등에서 조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싼 식재료, 조미료로 맛을 내어 식단을 차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슬로푸드운동은 지역식재료로 조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야 지역농업과 지역 종자를 지킬 수 있고, 우리의 식탁과 지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농업없이, 농부없이 온전한 먹을거리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온전한 음식을 먹으려면, 농업을 지키고, 농부를 지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Q. 토종씨앗 지키기, 유전자 조작 품종의 제한, 화학 농약의 사용 제한 등은 법제화를 통해 장려 또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세계 공통의 슬로푸드 세계법 제정 등의 정책을 펼칠 생각은 없는가?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GMO표시제, 원산지 표시제 등의 소비자 권리가 제한 받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은 토종 종자를 매우 중시하고, 반 GMO에 대한 분명한 의견

 

A. 좋은 질문이다. 슬로푸드운동은 토종 종자를 매우 중시한다. 토종 종자는 그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유산이다. 그런데 효율성, 대량생산을 강조하는 산업형 농업이 확산되면서 토종종자는 멸종하고 있다. 1년에 27,000종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은 반 GMO에 대한 분명한 의견을 갖고있다. GMO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인류에게, 농부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종자이기 때문이다. GMO 종자가 확산되면, 농민의 종자 종속, 생태계 오염, 농약 추가 사용,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GMO를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이라고 하는데 비해 유럽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지칭한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과 농업을 지키기 위해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움직임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심지어는 패스트푸드점까지 유전자 조작 농산물 식재료 가공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빙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도 이와 관련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슬로푸드 세계법 제정은 처음 들어보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슬로푸드운동이 더 확산되면, 그러한 법 제정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14년 카를로스 페트리니의 슬로푸드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Q. 1986년 시작한 국제슬로푸드 운동이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한 알의 씨앗이 큰 나무가 되듯이 당신의 뜻으로 시작한 이 운동이 세계 160개국의 회원국을 둔 큰 운동이 되었다. 감사드린다. 30년간 세계는 변했는가? 사람들은 변하고 있는가? 30년 운동의 소감을 말해달라. 

 

A.지난 30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농업과 음식의 환경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에 비해 슬로푸드운동이 지향하는 농업과 먹을거리의 다양성은 줄어들었고, 지속가능성의 기반이 붕괴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농업과 먹을거리 환경이 나빠지면 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운동에 동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지만, 또 계기가 되면 변한다. 우리는 그러한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여는 2015 슬로푸드 국제페스티벌도 그러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슬로푸드운동이 세계적인 운동이 되었지만, 아직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로푸드운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인터뷰어 : 고양신문 이성오기자

김포신문 김동규편집국장

파주에서 임현주 편집국장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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