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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11>   명분 없는 전쟁 3년 째, 이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평화로운 봄을

입력 : 2025-01-27 03:29:34
수정 : 0000-00-00 00:00:00

눈을 들어<11>

  명분 없는 전쟁 3년 째, 이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평화로운 봄을

 

 

사진설명 : 20232월 한 여성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출처 REUTERS/연합뉴스)

 

20222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약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새해를 맞은 지금 러시아는 마지막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주변 국가들엔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에선 불법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이 실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120, 미국에선 도날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을 가지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종식시킬 것이란 메시지를 내비쳤지만 정작 취임식에선 직접적인 관련 언급을 피했다. “우리가 승리하는 전투 뿐 아니라 우리가 끝내는 전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가 참여하지 않은 전쟁으로 우리의 성공을 측정하겠다라며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뤘을 뿐이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 트럼프의 취임을 축하했지만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세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고 각국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동안, 정작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맨몸으로 견디고 있는 건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다. 그에 따라 강경했던 우크라이나의 여론도 조금씩 돌아서는 국면이다. 작년 10월 키이우의 라줌코프 센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찬성하는 국민은 3명 중 1명 꼴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1년 전 조사에서 5명 중 1명이 찬성했던 것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각오도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는 참혹한 전쟁 앞에서는 조금씩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반면 러시아의 명분은 어떤가.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친나치 정권 교체와 러시아계 주민 보호, 돈바스 해방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양국의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우린 이미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통해 경험했다. 시간이 갈수록 약자의 정의와 명분은 흔들리고, 독재자의 집착과 망상은 견고해져만 가는 게 전쟁의 아이러니다. 적국을 겨눈 칼 끝은 결국 자국민의 삶마저 파탄낸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을 위한 전쟁만 남았을 뿐, 도대체 누굴 위한 전쟁이며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생명과 땅이 사라져야 끝날 것인지 이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로운 봄이 올 것인가.

 

최홍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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