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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㉚ 봉일천중학교 오승훈 선생

입력 : 2016-01-20 17:16:00
수정 : 0000-00-00 00:00:00

"마을 배움터, 꿈의 학교가 더 많아져야..."

 


꿈의 학교 '문화예술 여행학교'

지금 파주에서는 혼합형 꿈의 학교 3개와 토요 꿈의 학교 6개가 열리고 있다. 아이들이 받고 싶은 교육을 스스로 만들고, 선생님과 학부모와 마을이 도와주고, 각자에 맞는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이 ‘꿈의 학교’이다. 이제 교육을 학교에만 가둬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마을교육공동체지원단’이 만들어졌고, 아이들에게 ‘꿈의 학교’로 다가가고 있다. 파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꿈의 학교’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꿈의 학교’가 정말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있나? 학교라는데에서 그게 가능할까? 능안초등학교를 빌려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여행학교’. 이 ‘꿈의 학교’를 만든 봉일천중학교의 오승훈 선생님<사진 가운데>을 찾았다.

 

강하고도 품이 큰 어머니 선생님

“마을배움터 꿈의 학교가 어제 ‘당신만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2주를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뜻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손을 잡고 만들어낸 작은 배움터가 아이들 각자에게서 다양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해지고 눈시울이 시큰해집니다. 몇 년이 지난 연극반 사진을 찾느라 지난 시절 사진을 들추어 보니 눈물이 솟구치네요.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반 다를 바 없이 힘들게 삶을 살아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2008 연극부 교하공연 아이들과 함께 한 오승훈 선생님

 

“교사·학부모 의식변화가 답…‘배움과 삶’ 연결돼야”

 

오승훈 교사에게 예전에 연극교육 했던 사진 몇 장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렸더니 보내온 메일이다. 그의 편지를 보면 눈물 많은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여린 여인 같다. 하지만, 그렇게 눈시울이 시큰해지고, 눈물을 흘리는 따뜻한 마음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과 실천력에 덧붙어져서, 강하고도 품이 큰 어머니 선생님을 탄생시킨 것 같았다.

 

교육 경력 28년째인 오승훈 선생(63년생)은 봉일천중학교에 5년째 재직하고 있다. 딸 셋과 남편이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다. 엄마가 학생 지도나 연극 활동으로 늦어도 ‘어려운 아이들을 돌봐주는’ 엄마를 이해하고, 제 앞가림을 잘 한다. 더구나 남편은 “내가 중고등 학교 시절에 너 같은 선생을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해준다니, 가정에서 얻는 힘이 크다.

 

첫 발령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교육 현실

처음 발령받을 때나, 지금이나 학교 환경이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교육 현실. 갈수록 처지가 어렵거나, 성장 과정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공부를 놓아버린 아이들에 대한 보호막이 없는 것이 안타까와서 오승훈 교사는 고민을 했다.

 

“구조의 문제이잖아요. 한 개인이 거룩한 분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그래서 대안교육의 현장을 10년 넘게 순례했어요.”

 

공교육 바깥의 현장을 찾아가고, 만나보고, 연구했다. 그렇게 대안학교 현장을 10년 넘게 순례를 하면서 대안학교가 어떻게 교육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지금 대안학교가 300여개가 넘지만 당시는 많지 않았다. 제천 간디학교, 지리산 실상사 작은 학교, 문익환 늦봄 학교, 강화 산마을 학교 등을 찾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흔들리지 않는 교육철학’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대안교육의 장점을 어떻게 공교육에 접목시킬까가 그의 고민이 되었다. 변하지 않는 교육 현실,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설 자리가 없는 구조를 쉽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교사와 학부모 의식변화가 답

그래서 그는 교사들의 의식 변화,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관점을 바꿔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교육 현장이 열악해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행정 업무도 늘어나고, 갈수록 이상한 아이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정서 장애, 행동 장애, 무기력증, ADHD...한 반 35명중 2~3명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고, 5~6명 정도만 공부에 몰두한다. 그러니 공부와 담을 쌓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급을 담임교사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교과선생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대체로 선행 교육을 하고 온 아이들은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니 지치고 힘들고...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하는데....

 

이런 현장에서 교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오승훈 선생은 교육철학에서 답을 찾았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교사가 그런 아이들을 품어낼 수 있는 내적인 힘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발달과정에 대한 섬세한 이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과 내공 있는 교사. 여기서 답을 찾은 오승훈 교사는 교사 연수를 많이 하고 있다. 30여명의 교사가 와서 연수를 받는데, 모두 운다고 한다. 경험의 폭이 좁은 교사들이 훌륭한 선생을 만나면서 자신의 나태하고 안일하고 기계적으로 살아온 타성을 반성하게 되면서 울게 된다고...

 

“여기서 희망을 조금씩 보는 거죠. 우리가 다 깨달을 수 있었는데....연대할 수 있는 힘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승훈 선생은 쉬지 않고 계속 교사연수를 기획하고 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부모와의 갈등도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모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공부 잘하거나, 못하거나 모두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 대상 교육과 연수도 많이 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한 살림 생협에서 4시간 강의를 했는데, 모두 울었다고 한다.

 

교사 하나가 아이들 운명 바꾼다

오승훈 선생은 많은 아이들과 상담을 하며, 그들을 안아주고 이해해주었다. 그와 상담을 하면, 아이들이 펑펑 울고 나온다고 동료교사들은 말한다. 국어시간에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봤는데, “아이들이 오승훈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교사 한 사람이 아이들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 떠올랐다. 전날 취재차 찾은 ‘꿈의 학교’ 교실에서 오승훈 선생이 두 아이에게 담배를 돌려주고 있었다. “오늘 잘 참았으니 훌륭했어. 조금씩 줄여라.” 그 장면을 물어보니 말했다. “담배를 핀다고, 지각하고 결석한다고 괴물이라 낙인 찍힌 아이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너무나 많은 가능성을 봅니다. 그리고 더 깨끗한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둘이 여기 꿈의 학교에 와서 결석도 하지 않고, 기타를 열심히 칩니다. 잠깐 있다가 갈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어른들이 이러저러한 딱지를 붙여버린 수많은 아이들이 이와 같으리라. 어떻게 품고, 어떻게 조건을 조성해주는가에 따라 아이들은 모두 좋아진다.

 

13년동안 교육 연극해 와

오승훈 교사는 아이들이 가진 상처와 잠오승훈 교사는 아이들이 가진 상처와 잠재력을 모두 풀어내고, 아이들이 가진 창의력을 무대를 통해서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연극을 14년간 해왔다. 교육철학을 고민하던 당시 경기교육청에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것. 양평 영화촬영지에 가서 한 달 동안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그 때 만난 연극 선생(뮤지컬 원향극단 박향숙)과 15년 넘게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지산중학교, 금릉중학교에서도 교육 연극을 했는데, 봉일천중학교에서는 공간이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연극을 시작한 이유는 가정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 담배 술 본드, 절도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과후 지도교사비도 없이.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공간을 허락받아 아이들과 밤늦도록 연극을 했다. 지산중학교 시절 40여명의 속칭 버려진 괴물(?)같은 아이들을 붙들고 매일 11시까지 연극을 했다. 전국대회에 가서 대상 4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 때 아이들이 찾아와서 “선생님! 연극이 아니었으면 자퇴를 했거나, 중학교 졸업을 못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한다. 그리고 당시 학생부장선생이 “오선생이 학생 생활 지도의 절반 이상을 다 했네. 패싸움 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연극을 했으니...”라고 했다고.

 

▲2008년 지산중학교 연극부원들의 교하 공연

 

“그 아이들은 계속 힘들게 살아요. 이 사회가 구조적이어서. 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복권 당첨이 되지 않는 한 여전히 생활이 어렵고, 뭔가 해보려하면, 중간에 연세 드신 엄마나 아빠가 아파서, 알바해서 번 돈을 다 바쳐야하고...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지요.” 이런 청년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위한 센터 만들고 싶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한 반 35명 중 7~8명 정도라 한다. 그렇다면 10반만해도 70~80명이 된다. 이 아이들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 같은 특별한 인생의 변수가 생기지 않은 한, 계속 어렵게 살아야한다. “기가 막히죠. 이런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없는 거예요.”

 

부적응 아이들을 위한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출석이 인정되는 학교. 오전에는 정규 수업을 하고, 오후는 센터에 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맛보게 하면서, 몸도 움직이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주고 싶다. 더 가능하다면 창원의 태봉고 같은 공립형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

 

요새 ‘꿈의 학교(문화예술여행학교)’를 하면서 그 마음이 더욱 절실해졌다. 아이들이 다가와서 말한다. “아침이면 오늘은 무엇을 할까 기대되요”, “하나도 졸립지 않아요.” 아이들도 지식중심이 아닌 교육에서는 열의를 보인다. 올 겨울의 이 문화예술여행학교가 가고 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가 된 것이다.

 

▲기타반 아이들이 열심히 배우고 있다.

 

배움이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교육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대학을 가지 않고도 자기 삶을 기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제가 볼 때는 지식 교육을 많이 하지 말고, 5교시까지는 인생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5교시 이후에는 마을 곳곳에 다니면서 배워야해요. 그런 마을 배움터, 마을 인생학교, 꿈의 학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더 이상 학교에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꿈의 학교를 만들었어요.”

 

▲문화예술여행 꿈의학교-제과제빵 교실

 

마을이, 지역사회 어른이 자원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한다면 아이도 학교도 사회도 행복해질 것이다. 배움이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교육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제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 오는 아이들 대부분, 학원을 갈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행복해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그 아이들이 ‘꿈의 학교’를 즐거워한다. 결석도 안한다. 아프니까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말에 아이들이 운단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서류로, 시험으로, 문서로 이 ‘꿈의 학교’도 평가하려는 어른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번뜩 스쳤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꿈을 꾸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이 ‘꿈의 학교’가 진짜라는 걸 태양처럼 증명하고 있다. 오승훈 선생이 꾸는 꿈에 내 손을 뜨겁게 얹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월 13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특강이 있었다.

 


글 · 사진 임현주 기자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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