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 국민 독서운동(全民閱讀)"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2015년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빈곤층을 부양하고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일에 특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농촌인구, 도시빈곤층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생활을 보장하고 정신적인 충만감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중요 매체들이 이를 두고 "민생정책은 민중의 행복과 안녕은 의식주의 해결만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충실하게 채우고 정신적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문화정책"이라는 해설을 달았다.

1995년 UNESCO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 누구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자"는 표어를 내걸고 매년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 2006년，중국정부의 국가신문출판총서가 "전 국민 독서운동(전민열독全民閱讀)"을 제안했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전당대회가 "전 국민 독서운동을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독서 켐페인 가운데서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사례의 하나가 "늘 문이 열려있고(門常開), 늘 책 읽는 사람이 있고(人常在), 늘 새로운 책이 비치된(書常新)" 농촌도서관(농가서옥農家書屋)을 전국 60여만 행정촌(村)에 만든다는 프로젝트이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사례는 소외된 계층을 상대로 한 독서지원 활동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농민공(農民工, 도시로 몰려온 농민노동자)과 유수아동(留守兒童, 부모의 도시취업으로 농촌에 혼자 남겨진 아동)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지원 운동이 펼쳐졌다. 2014년 한 해 동안에 3천 여 차례에 걸쳐 200만 권의 도서가 전국 31개 성 3,800여 학교의 360여만 명 학생에게 전달되었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정부주도의 켐페인은 떠들썩하기만 하고 내실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UNESCO가 2013년에 중국의 션쩐시를 "전 세계 독서운동 모범도시"로 선정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웬만한 도시의 서점은 대부분이 24시간 문을 열고 있고, 서점 안에는 마음 놓고(책을 사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주말이면 서점이 시장바닥처럼 붐빈다. 현임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 정책이 "문화융성"이다. 중국의 서점을 가보고 우리 서점을 가보면 먹고 살만큼 됐다고 해서, 돈 좀 있다고 문화가 융성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 종 일 ( 지혜의 숲 권독사 )

#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