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㊽ 천년초 들깨 칼국수

입력 : 2016-12-08 18:07:00
수정 : 0000-00-00 00:00:00


 

 

돌아온 입맛 칼국수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곰탕도 좋고 매운탕도 좋지만 뽀얀 하얀 국물이 걸쭉하고 라면사리처럼 꼬불꼬불한 생면국수에 듬성듬성 보이는 감자채의 구수한 칼국수가 더 당기는 철이 되었다. 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늘 먹고 싶은 음식이 칼국수였다. 아직도 생각나는 집은 천호동 시장 통에 있는 칠순 노부부가 운영하는 반 칸짜리 국수집이었는데 30년도 넘었으니 아직도 있을라나 모르겠다. 바지락을 넣은 것도 아니고 한여름 선풍기 앞에서 땀 흘리며 먹은 그냥 감자만 썰어 넣은 담백한 맛이었다. 최근 잊고 살았던 칼국수 맛을 찾았다. 

 

물어 물어 찾아갔더니 식당 앞은 넓은 논 경지이다. 찾기 쉽지 않은 곳에서 5년 전에 두 자매가 국수 집을 시작 했단다. 잘 한다는 곳을 두루 찾아 다니며 열심히 배웠고 식자재는 장단 비무장지대에서 농사짓는 시아버님의 콩 깨 팥 등을 써서 재료부터 엄선했다.

 

국수 집의 성공은 90프로가 면이어서 천년초 선인장으로 반죽을 했다. 천년초는 우리 재래종 선인장으로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옛 부터 민간요법의 외용약으로 쓰여 왔는데 특히 그 점성이 밀가루 음식과 잘 어울려 선인장을 갈아 그 즙을 넣어 반죽을 하면 더 찰진 반죽을 얻을 수 있고 풍부한 식이섬유와 마그네슘 비타민 칼슘 등이 소화와 면역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제 꼬불꼬불 생면사리

이 집의 면은 좀 다르다 쫀득 쫀득하고 꼬들꼬들하다 긴 면발은 후르륵 넘어간다. 그런데 이 집 송성희사장은 좀더 씹히는 맛을 즐기며 잘 씹어 먹으라고 국수를 뽑고 나서 면발을 주물러(?) 라면 면발을 만든다. 이 숨은 뜻의 배려가 손님들은 안다. 매일 매일 생면을 뽑고, 다시마 마늘 감자를 넣은 육수도 매일 만들어 당일만 사용한단다. 

 

국수 종류가 다양하다. 바지락 칼국수, 들깨 칼국수, 얼큰 칼국수도 있다. 홍합, 새우, 우거지, 파, 청양고추를 넣어 속이 확 풀어지는 일명 해장 칼국수도 별미이다. 곧 동지이다. 우리 팥을 푹 삶아 곱게 갈아 만든 팥 칼국수와 팥 옹심이의 그윽한 팥 향이 최고다.

 

칼국수 비법도 나눠요



정성희 사장은 지금 잘나가는(?) 안정적인 칼국수의 노하우를 나눌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통 큰 마음을 지닌 얼굴도 맘도 예쁜 사람이다. 한 달 이건 두 달 이건 주방에서 모든 비법을 다 알려준다고 한다. 스스로 창업 할 수 있도록, 그렇다고 식자재를 납품하는 체인점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어렵게 터득한 비법을 나눠 스스로 빠른 시간에 홀로 설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나눔을 하는 것이다. 지금 두 분이 와서 배우시고 곧 음식점을 열 예정인데 처음 얼마간 가서 도와줄 계획이란다.
 

이렇게 바쁘게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옆에서 두 아들이 엄마를 도와야겠다고 하여 물리치료사 직업을 잠시 접었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칼국수 집에 활기가 넘친다. 이 집의 여름별미국수인 서리태 콩국수를 주중에 한번 콩국수데이를 하자고 건의하고 부추전 한가지만 했는데 김치전 해물전 새로운 메뉴도 추가된단다. 참 파인애플 칵테일 막걸리 맛도 싸아 하다.

 

보기 좋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머니가게의 성업으로 자기직업도 잠시 휴업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어 부모님을 돕는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청년을 마구 칭찬하고 싶다. 부디 어머니의 사업도 돕고 물리치료사로의 보람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54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