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㊿ 팥나라 전통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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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쌈지 어린 농부학교에서는 토종작물을 많이 심었었다. 그 씨앗을 나눔으로 받았기에 받은 만큼 몇 배로 돌려주리라 맘을 먹고, 먹지도 않고 씨앗 갈무리를 했다. 쥐잇빨 옥수수의 모습은 보석보다 영롱하고 예뻤다.
또 이팥 재팥의 그 야무진 모양과 멋진 색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년에는 좀 많이 심어 어떤 맛인지 먹어보리라 생각하며 붉은 팥, 적두로 만든 이 겨울에 먹어줘야 하는 팥죽 집을 찾았다
헤이리에서 금촌 가는 길 왼편, 가게 앞 나무에 전통팥죽, 팥 칼국수 라고 큰 현수막이 왠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렸을 적 동짓날에 집안 곳곳과 장독대에 팥죽을 올려놓은 모습이 어렴풋이 꿈같기도 하고 영화장면 같기도 하다. 벼르고 벼르다 동지 전에야 비로소 그 팥죽을 먹게 되었고 그 후 친지들을 모시고 며칠에 한번씩 단팥죽 팥 칼국수 수정과, 생강차 등등 골고루 먹어보고 있다
인생 2모작 ‘팥죽집’
이곳은 중후한 느낌의 신사분과 곱게 늙으신 부인(대표 최영자), 노부부가 운영하는 편안하게 쉬며 책도 읽을 수 있는 서재 같은 분위기의 팥 요리전문점이다. 하얀 요리사 가운을 정갈하게 입으시고 서빙 하시는 모습이 무척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에 역사가 궁금해 넌지시 여쭈었더니 공직에 계셨었노라는 짤막하게 대답을 하셨지만, 이 팥죽 집을 하시게 된 사연을 상세히 말씀해주셨다.
노부부가 세를 주었던 일층 가게가 비어서 직접 운영하겠다고 결심한 후 많은 준비를 하셨단다. 팥죽을 무지 좋아해서 전국을 한 바퀴 돌며 맛있다는 팥죽을 다 맛보고나서, 더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3년전에 그 옛날 드셨던 그 맛 그대로 전통방법을 고수한 팥 나라를 개업했다고 한다.
지역 농산물은 필수
팥나라에서는 붉은 색이 선명하고 단단하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국산 팥만 쓰고 있다. 국산 팥을 사서 깨끗이 씻어 몇 시간 불린 다음, 손가락으로 문질러 잘 으스러질 정도로 삶는다. 그런 다음, 채에 걸러 내린 앙금으로만 끓여 죽을 쑨다. 여기에 찹쌀을 갈아 익반죽한 새알 옹심이를 둥둥 띄우면 그 맛이 향과 어울려 한숟갈도 남기기 않고 먹게 된다.
이 집 단팥죽은 많이 달지 않아 좋다. 호두 등의 견과류의 씹히는 고소한 맛과 시나몬 향이 싸한 동치미와 참 잘 어울린다.
팥의 효능은 예부터 식용으로도 약용으로도 우수한 곡물이었다. 비타민 B와 칼륨이 많고 사포닌은 이뇨작용과 몸 안의 부기와 노폐물 제거에 좋아 몸을 개운하게 하는 약재 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한겨울 찬바람으로 몸에 냉기가 도는데 그 찬 기운을 빼는데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래서 겨울철엔 단팥죽으로 여름철에는 팥빙수로 팥이 몸의 냉기를 따뜻하게 다스린다고 한다
오늘도 거실 벽에 걸린 정정엽 작가의 ‘붉은 팥’을 보며 이 글을 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곡식을 그림으로 그린 정작가의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곡식은 눈으로 먹는 양식이다. 따뜻한 엄마 밥이 생각난다. 액운을 막아주는 팥의 기운은 그림 앞에선 이들의 액막이까지 열어준다. 고맙고 따스한 곡식이다”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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