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입춘’을 맞이하는 제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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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맞이하는 제주의 풍경
▲제주의 돌정령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안녕과 풍년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제 새철도 들곡 해시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은 어디일까요? 제주와 전남, 거제 등에서 동시에 다양한 꽃들이 피며 봄을 알리지만 오늘은 파주에서 가장 멀리, 가장 아래에 있는 제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제주에서는 대한과 입춘 사이의 8일을 ‘신구간’이라고 부릅니다. 제주 사람들은 이 기간에 지상의 모든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1년 동안 인간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결산하고 임무를 교대하느라 자리를 비운다고 믿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신들이 자리를 비운 이 때를 맞아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를 했다고 합니다.
신들이 돌아오면
신구간이 지나면 ‘입춘’을 맞이합니다. 파주는 여전히 겨울 풍경이지만 제주는 봄을 제대로 맞을 준비를 합니다. 제주에서는 입춘을 ‘새철 든다’고 표현하며 예로부터 한 해의 시작으로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제주의 거친 풍파를 받아들이며 살아온 선인들은 입춘에 굿을 하며 무사와 풍년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탐라 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문화였지만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되었다가 1999년에 복원되어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이 농경신으로 모시는 ‘세경할망(자청비)’에 제를 올리고, 나무로 만든 커다란 소인 ‘낭쉐’를 몰며 “이제 새철도 들곡 해시난 낭쉐 메어 들이자(이제 새해도 되고 했으니 나무로 만든 소를 메어 들이자)”라고 하며 풍농을 기원합니다.
제주 사람들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땅, 사방에서 부는 바닷바람, 그리고 높은 파도를 견디며 살아야 했기에 신들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이 발달했나봅니다. 농경의 신 ‘세경할망’에게 풍농을 기원하는 ‘입춘굿’을 지내고, 이어서 바람의 신 ‘영등할망’에게 풍어를 기원하는 ‘영등굿’도 지낸다고 합니다. 제주의 수많은 신들 중에 으뜸은 누구일까요? 바로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키가 컸으며 바닷속 흙을 퍼다 제주를 만들고는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웠다’고 전해집니다.
32년 만의 폭설 1m 넘는 눈 내려
얼마 전 제주는 32년만의 폭설을 맞았습니다. 워낙 눈이 적은 곳이라 갑작스레 많은 눈을 맞은 제주는 육지로 향하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고 차들도 꼼짝할 수 없게 되었죠. 1미터가 넘는 눈에 수확을 기다리던 귤들이 가지가 꺾이고 추위에 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살림 제주의 조합원들과 생산자들이 달려가 복구에 손을 모으기도 했답니다. 신들이 그동안 제주에 눈 내리는 걸 깜빡했다가 이번에 결산하면서 알아챈걸까요.
기획홍보팀 김우영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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