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고양파주생협] 지리한 즉석밥 논쟁을 마무리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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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즉석밥 논쟁을 마무리한 까닭은?
“한살림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합니다. 아닌가 싶은 생각 잠시 듭니다. 지난 3월 28일 한살림에서 ‘갓한밥’이란 이름으로 즉석밥이 나온 후 이따금 마주하는 반응입니다. 한살림의 뜨거운 논쟁 가운데 대표적인 게 설탕과 즉석밥입니다. 취급 여부를 놓고 길게는 십여년, 짧게는 몇 년 동안 논의를 해 왔지만 찬반 논의가 팽팽하여 좀처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물품입니다. 쟁점은 과연 이 물품들이 한살림의 정체성에 맞는가에 대한 해석이지요.
그동안 환경호르몬이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문제 외에도 즉석밥이 그 자체 ‘패스트’식 문화라는 점에서 취급을 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했던 게 사실입니다. 맞은 편에서는 조합원의 세대 구성이 변하여 1~2인 가구가 많아졌고 식습관의 변화와 맞벌이 등으로 인한 생활 패턴의 변화 때문에라도 믿을 수 있는 즉석밥이 필요하다고 하였지요. 생협의 주인이 조합원이라면, 조합원의 생활 변화와 시대의 변화를 한살림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뜨거운 찬반 논쟁이 막을 내리게 된 연유는 조금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바로 쌀 적체 때문이지요.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의 경우에도 2015년 조합원 이용량은 2014년과 같은 2,190가마입니다. 1년 사이 조합원이 약 3천명 정도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조합원 1인당 이용량은 줄어든 셈입니다. 이용하는 조합원 비율도 점점 줄어, 2013년 10.0%이던 이용률이 2015년에는 8.1%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살림의 사업 방식인 사전 약정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책임소비가 필수적인데, 약속을 지키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나라 전체로 넓혀 보더라도 쌀 수매가는 점점 하락하고 쌀 이용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유기농으로 애써 가꿔 온 생명논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농업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어려웠던 즉석밥 논쟁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한살림은 지난 2월 1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쌀생산관련회의를 열고 올 가을에 수확하는 2016년산 쌀 수매량을 2015년산보다 약 3.4% 늘어난 63,474가마로 결정하였습니다. 올 봄, 400만평의 생명논에서 한살림 쌀이 자랄 터입니다.
좌수일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장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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