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F로 보는 미래사회 -청소년 영화비평 (2)   ‘추억은 쌓이고, 그 쌓인 추억이 현재의 삶을 지탱한다’ 단편영화 <작은 벽돌의 집>

입력 : 2022-10-05 02:33:31
수정 : 0000-00-00 00:00:00

SF로 보는 미래사회 -청소년 영화비평 (2)

 

추억은 쌓이고, 그 쌓인 추억이 현재의 삶을 지탱한다

단편영화 <작은 벽돌의 집>

 

물로 덮인 지구에서 사람들은 점점 높이 올라간다. 물에 잠기지 않게 집을 계속해서 쌓아올리는 것이다. 노인은 혼자 살고 있다. 바닥 한칸을 열면 곧장 낚시가 가능한 작은 집에서 노인은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잔다. 눈을 떴을 때 바닥에 물에 차 있으면 홀로 집을 더 높이 쌓아 올린다. 그런 행동에는 관성만이 남아있다. 물에 잠긴 집의 길이를 모두 보지 않아도, 익숙하게 천장에 새 집을 짓는 모습에서 이 노인이 얼마나 혼자 이렇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또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노인의 습관이다.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빼고는 파이프를 입에서 떼지 않는다. 잠에서 깨자마자 몸만 일으키고 다시 파이프를 입에 문다. 그런 파이프를 짐을 챙기다 떨어뜨린다. 낚시를 하던 구멍으로 떨어진 파이프는 물에 빠져 수면 밑으로 향한다. 잠수복을 얻은 노인은 금새 파이프를 줍지만, 그 순간 아내와의 기억을 잠시 마주한다.

추억은 수직으로 쌓여있다. 물에 잠겨 해도 들지 않는 푸른 공간에서 노인은 노란 햇빛으로 가득했던 과거를 차근차근 회상한다. 아픈 아내를 간호하고, 딸이 이룬 가족과 사진을 찍고. 한 칸 더 아래에는 딸이 처음으로 남편을 데려오던 순간, 어린 딸이 배를 타고 학교에 가던 시절, 처음 딸이 걸음마를 떼던 때.

그리고 추억의 뿌리만큼 낮은 첫 집에서 노인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땅을 딛고 달리고 나무 아래서 청혼하고 잔디 위에 집을 지었다.

이사를 끝내고 아내와 와인잔을 부딪히던 순간을 지금의 노인은 따라해본다. 그리고 눈물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거품은 노인이 돌아가야할 저 수면 위를 향한다. 와인잔을 주워 다시 홀로 쌓은 집에 도착한 노인은 이전과 달리 와인잔 두 개를 준비해 식사한다. 혼자서도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노인이 홀로 식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초반에 지나간 노인의 일상 장면과 많이 다를 바가 없다. 표정이나 방의풍경, 노인의 일상에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음악과 전보다 밝아진 불빛이 노인의 심적 변화를 보여준다. 티브이를 틀어놔 깔려있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보다도 작게 잔 부딪히는 소리가 훨씬 마음을 울린다.

시간의 흐름을 떠올릴 때 어쩐지 수평으로만 생각해왔다. 수직선은 금방 끝날 것 같고 수평선은 끝까지 펼쳐질 것 같은 인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건 지나가기 보다는 노인의 집처럼 쌓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저아래에서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과거와 과거의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다. 과거의 기억이 있기에 혼자서도 노인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직선적인 형태들과 수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 무빙이 눈에 띄었다. 첫 장면인 액자가 붙은 벽을 타고 내려 오는 무빙은 이후 점점 물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노인의 여정과 닮아있다.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바 역시 비슷하다. 지나간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인 <>이 떠올랐다. <>의 오프닝은 어느 부부의 일생을 4분이라는 시간동안 보여준다. 똑같이 아내가 죽고 홀로 남은 노인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해수면이 높아진 미래의 지구라는 배경이 <The House of Small Cubes>가 말하고자 하는 추억은 쌓이고, 그 쌓인 추억이 현재의 삶을 지탱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조은

#146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