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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문산수억중학교-‘사랑을 잇다’ 시집같기도 하고, 어쩌면 에세이 같기도 한 작은 책

입력 : 2022-03-14 02:50:54
수정 : 2022-03-15 23:42:29

함께 읽다

 

 

사랑을 잇다

시집같기도 하고, 어쩌면 에세이 같기도 한 작은 책

 

평범해보이는 앞표지의 활자들은 우리의 궁굼증을 증폭시킨다.

문산수억중학교 1학년 1이라고 부제처럼 박힌 글씨는 상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아래 지도교사 최승달(도덕)’이라고 작게 쓰여진 글씨는 이책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이 작은 책은 문산수억중학교의 최승달 선생님이 1년간 진행했던 도덕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상상을 종이에 그리고 글로 쓴 글모음이다.

선생님은 항상 단원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스스로 중요한 단어들, 인상 깊었던 어휘, 문장 등을 주제로 제시하도록 하고, 그 중에서 맘에 드는 하나를 자신이 선택해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완성된 개인의 작품들은 수업 중 발표하여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 학급의 벽이나 게시판 또는 복도의 빈 공간을 활용해 붙여두고, 친구들에게 전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학생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자신의 전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학급게시판도 전시 공간이 되었다

 

복도의 벽도 작품에 점령당했다

 

글의 길고 짧음과 잘쓰고 못씀의 제한은 없으며, 그림의 예쁘고 미움 또한 그대로 작품의 소중한 조건이다. 누구든 원하는 곳에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알릴 수 있고, 본인 또한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을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글과 그림을 보며 나와 다른 생각들을 읽게 되고, 다른 표현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교실 안 작품의 전시는 자연스럽게 나를 알리는 기회가 되어지고 타인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되어진다. 이해와 소통의 정서는 수업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는 생활의 품성이 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 서로에게 맞춰갈 때 / 비로소 하나가 된다.”(학생: 이시은)

 

이불처럼 따듯하고 / 꽃처럼 아름다우며 / 사탕처럼 달콤했다.”(학생: 황다연)

 

 

 

다양한 느낌은 시로 바뀌어 전시되고 있다

 

이렇게 쓰여지고 그려진 마음들을 하나로 엮어 문산수억중학교 도서관에서 사랑을 잇다라는 책으로 만든 것이다. 사랑, 친구, 갈등, 잇다 등 약 네 개의 주제만을 따로 묶어서 만든 것이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자신들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발견할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하고 생생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만족감은 스스로 얻게 되는 수업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선생님은 책의 끝장까지 학생들의 감성을 배려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글을 본 사람 누구나 쪽지글을 쓸 수 있도록 메모장을 마련해 두었다. 책은 박제된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인쇄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쓰여지며,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달라도 / 우린 모두 친구 /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 우린 모두 친구”(학생: 김보민)“

 

상대의 속맘을 헤아리고, 다름에 공감하는 미덕을 배우고 익혀가는 수업 과정에 나눔과 뺄셈은 미움과 질투뿐이다. 꽃처럼 아름답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친구의 따듯한 조언과 미소만이 필요하다.

수업 활동, 아니 작품 활동을 하는 1년의 과정을 거치며 이 학생들이 맘에 담게 되는 것은 이웃과 친구에 대한 따듯한 언어이며, 그 자신의 시작이었던 애뜻한 가족애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든

다시 돌아 갈 수 있는 곳

 

내가 사는 이 집

함께 하는 집

 

오늘도 가족이랑

항상 같은 집에서 잠을 청해

 

(학생: 곽동아)

 

 

 

 

학급마다 다양하게 발행된 표지

 

그래서 우리는 박제화된 수업의 형식이 아닌 살아있는 활동,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인 이 작고 소박한 책에 남다른 관심이 간다.

 

시민기자. 마달수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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