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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이라는 짧은 영화에 너무 많은 가능성이 열린 좀비영화 '카고'

입력 : 2022-09-07 10:36:41
수정 : 0000-00-00 00:00:00

<SF로 보는 미래사회> 7분이라는 짧은 영화에 너무 많은 가능성이 열린 좀비영화 '카고'

 

 

좀비 영화의 재미는 역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여정에서 나온다. 액션, 스릴러, 고어 등 많은 장르적 요소를 곁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거대한 세트장과 섬세하게 특수분장을 마친 수 백, 수 천명의 좀비떼에 압도되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확실한 것은, 감동을 위해 좀비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건 단순 재난 영화로 충분하다. 가족애, 자기희생,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에 행하는 반성과 회개 등의 요소는 사실 효과적이고 동시에 조금은 식상한, 좀비 영화를 비롯한 모든 재난 영화의 감동 포인트일 것이다.

<카고> 역시 재난 상황의 가족애를 다룬 영화다. 아마도 피난을 가던 중 아내가 먼저 좀비가 되고, 주인공은 아기인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족애 중에서도 부성애를 선택한 것은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업고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데에서 아버지들과 가정의 거리감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주제의식은 여느 재난 영화들과 같더라도, 그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좀비 영화의 새로운 점이 보였다. 이미 아내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은 좀비가 되어서도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의식을 잃기 직전 먹이를 눈앞에 달고 달리는 말처럼 시체의 고깃덩이를 눈앞에 매달았다. 등 뒤에 업은 아이는 좀비가 된 주인공의 사각지대에 있다. 좀비 아버지는 생존자들에 의해 총 맞아 죽지만 아이는 안전하게 발견된다.

뻔하지만 감동적이고 다른 결말을 생각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그나마 바꿀 수 있는 요소는 마지막에 아이를 발견 하는 사람이 여자가 아닌, 또 다른 남자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 역시 아이를 데리고 이 재난을 헤쳐나왔다면 더 기민하게 좀비가 된 주인공의 행색과 아이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좀비가 된 주인공의 의도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아이만 구출하는 경우도 생각해 보았다. 좀비가 됐지만 아이를 위한 노력은 아버지라 불릴 만 하다. 떨어진 곳에 그를 결박해 두고 아이가 아버지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아보고 싶다. 좀비가 된 후로도 계속 함께 했으니, 아이는 좀비인 아버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 아버지 역시 죽기 직전 필사적으로 이성을 유지하려고 했으니 좀비가 된 후에도 아이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설정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7분이라는 짧은 영화에는 맞지 않게 너무 많은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이런 상상은 원래의 결말보다 적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좀비라는 설정을 통해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하고, 내가 좀비물을 제작하기로 결정한다면 그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됐다. 특수하고 새로운 이 설정을 우리는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고 더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조은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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