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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⑩ 아름다운 술 얘기- 소흥주

입력 : 2015-03-11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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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술 얘기- 소흥주

 

술은 그 자체로도 멋있는 음식이지만 전설과 역사가 그 술 속에 녹아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음식이 된다.

 

중국의 술은 크게 백주와 황주로 나뉘는데, 술의 색깔-무색(백주)과 갈색(황주)-과 원료-수수(백주)와 쌀(황주)-와 양조공정에서 차이가 생겨난다. 건조하고 추운 북방에서는 주로 백주를 즐기고 습하고 따뜻한 남방에서는 주로 황주를 즐긴다. 우리에게 백주(고량주 또는 빼갈)는 익숙하지만 황주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표적인 황주가 절강성 소흥에서 나는 소흥주(紹興酒)이다. 이 술은 맛도 일품이지만 몇 가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전설과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더욱 맛깔스럽다.

 

월왕 구천이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오나라를 치러 나갈 때 백성들이 격려와 존경의 표시로 왕에게 소흥주를 바쳤다(소흥은 월나라의 도읍). 구천은 이 술을 강 상류에 붓게 하고 병사들과 함께 헤엄쳐가며 마셨다. 왕과 병사가 하나된 월나라의 군대가 오나라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서예의 성인 왕희지가 여러 문인들을 초대하여 소흥의 난정이란 곳에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함께 소흥주를 마셨다(경주 포석정에서처럼). 이때 지은 시를 모아 낸 시집 서문(난정집서[蘭亭集序])을 왕희지가 썼다. 이 글씨는 천하제일의 행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강희[康熙]황제는 이 글씨를 무덤에 넣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예부터 소흥사람들은 딸이 태어나면 아기를 씻긴 물로 술을 담그고 오동나무를 심었다. 아이가 자라 시집갈 때면 아이와 함께 자란 오동나무를 베어 혼수 가구를 만들고 아이와 함께 숙성한 술 단지에 꽃과 새 그림을 그려 예단으로 보냈다. 그래서 소흥 사람들은 소흥주를 여아주(女兒酒) 또는 화조(花雕, 꽃 그림)라고 부른다.

 

주은래는 소흥 출신이었다. 그는 외빈을 접대할 때면 항상 소흥주를 내놓아 세상에 알렸다. 노신도 소흥 사람인데《공을기(孔乙己)》란 작품에서 소흥주의 맛과 마시는 방법을 묘사했다.

 

이런 술이라면 얘기만 들어도 취할 것 같지 않은가? 이처럼 멋진 역사와 전설이 녹아있는 우리 전통 술이 있지 않을까?

 

 

 

 

 

박 종 일 (지혜의 숲 권독사)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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