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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㊴ 팜 투 테이블 ‘복경이네’

입력 : 2016-07-21 14:14: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 면사무소 가기 전 탄현초교 앞에서 좌회전 하자마자 연천 축산물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넓직한 마당에 텃밭도 있고 층고가 높은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는 복경이네라는 식당이 있다. 이 집에 들어서면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일단 기분이 좋다. 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전 파주 의용 소방대 대장이시고 이 마을 토박이로 천 평이 넘는 땅에 무농약 농사를 지으시는 홍승준 바깥양반과 함박꽃처럼 푸근한 모습만큼이나 구수한 손맛의 육복경 사장님의 음식에 한 번도 실망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식사 때면 늘 북적거리는 이 집 분위기와 싱싱한 쌈 채소를 언제든 맘껏 먹을 수 있어 시골 이모네 집처럼 정겹다.

 

 

뉴욕보다 앞선 농장형 레스토랑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몇 해 전부터 뉴욕의 제일 잘나가는 식당의 주제는 ‘팜 투 테이블’이란다. 자기가 직접 기른 작물로 요리한다는 농장형 레스토랑으로 부지런히 밭으로 무얼 따러 다니는 하얀 모자 쓴 셰프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복경이네가 바로 그 시조(?)이다. 벌써 이곳에서 9년째 텃밭과 식당을 왔다갔다하며 좋은 고기 들여놓는 일만 빼고는 모든 게 옆 밭에서 다 해결하니 말이다.

 

복경이네 텃밭에서 상추, 치커리, 겨자잎, 근대, 여름배추에 삼겹살 구워 입 크게 벌려 쌈 싸먹는 맛과 금방 따온 풋고추를 된장 찍어 먹으면 그 맛도 그만이지만 삼 년 묵힌 묵은지에 두툼한 돼지고기 생 목살 넣고 대파, 부추, 두부 넣고 사골로 고은 육수 부어 자글자글 끓여 뜨거운 밥에 묵은지 쭉쭉 찢어 올려 먹으니 도망간 입맛도 돌아오는 이열치열 한 여름 복달림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묵은지의 깊은 맛

이 집의 묵은지 만드는 비법은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매 년 천 포기 가깝게 김장을 담궈 삼 년쯤 잘 삭힌 김치를 물에 슬쩍 빨아 물기를 꼭 짠 다음에 파, 양파, 다시마, 멸치,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넣고 삼십 분 쯤 졸인 물에 이 묵은지를 넣고 뭉근한 불에서 4-50분 동안 끓여낸다. 그러면 군내도 쉰내도 없이 달짝지근하고 매큼한 묵은지의 깊은 맛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양념이 잘 밴 묵은지를 그때그때 손님상에 내어서 사골육수를 부어 묵은지 전골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 묵은지의 깊은 맛이 우리 조상님네의 지혜와 여유의 산물이 아닐까.

 

 

단골 손님이 얻는 보너스

복경이네는 이래서 좋다. 식당 앞에서 무농약으로 기른 마늘, 풋고추, 수박, 참외, 배추 등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다. 한보따리씩 사올 땐 거저 얻어가는 기분이다. 단골 식당은 이래서 좋다.

 

한참 바쁜 점심시간 보내고 삶은 콩 갈아서 시원한 냉콩국수를 말아 두 분이 드시려다 늦게 온 손님에겐 덤으로 고소한 냉콩국수 한 공기씩 얻어먹는 곳 ‘복경이네’이다.

 

이 식당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영업하는데 또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저녁 준비 시간으로 잠깐 쉰다. 매주 일요일은 휴뮤이고 토요일은 예약이 필수이다.

 

 

 

복경이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검산로 573-2

예약문의 : 031) 942-1609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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