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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도 - 전종호

입력 : 2024-01-02 08:42:51
수정 : 0000-00-00 00:00:00

새해의 기도

                                                                                       전종호

 


새해에는
솟는 해를 찾아 멀리 동해나 땅끝
설산고봉에 올라 빌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등 뒤에 가만히 서서
여리고 작은 것들 싹 틔우는
한 다발 햇살이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북한산 위로 솟아나
교실 창가를 발그레 비추는
일상의 도시 해오름처럼
목소리 요란한 아이들
심지心志를 밝히는 불씨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마침내 우리 모두
하찮고 더러운 것들 흙탕물로 휩쓸고
힘차게 하류下流로 쏟아져 흘러
각자의 언어를 버리고
거룩한 대동大同의 한바다에서
유려流麗한 평화물결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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