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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에세이] 아빠캠프 단상, 이예리의 ‘한없이 사랑받을 권리’

입력 : 2015-07-10 12:03:00
수정 : 0000-00-00 00:00:00

이예리의 ‘한없이 사랑받을 권리’



 





 



일, 학업, 강의, 사회활동...정신없이 뛰어온 지난 14년여의 세월이 아득합니다. 결혼을 하고 감격스럽게도 첫 딸 아이를 얻고, 귀요미로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수시로 하느님께 부처님께 조상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마음과 다르게 행동이 따르질 않습니다.



 



딸아이에겐 아빠는 늘 잠든 후에나 오는 사람, 집에서도 일꺼리에 묻혀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입니다. 놀아달라 조르면 ‘응. 좀 있다가’ 하고 미루기만 하는 것이 아빠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하루하루 곱고 맑고 밝게 자라는 모습만이 그저 애틋합니다.



 



아카시아향 땅위로 물들어가던 5월, 꿈나래 어린이집에서 아빠캠프가 있었습니다. 변변한 준비도 없이 대강만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의무감에 못이긴 발걸음이기도 했습니다. 딸아이가 ‘이리 놀자 저리 놀자’ 했는데 머쓱해서 제대로 호응해주지도 못했습니다. 밤기운이 은근 알싸하니 추웠는데, 잠든 아기가 추워할 새라 이불이며 옷이며 이것저것 겹겹으로 덮어 재웠습니다.



 



등산을 즐기던 학창시절엔 야전요리도 곧잘 했는데, 손 놓은지 오래된 지금은 요리도 잘 되질 않습니다. 삭막한 도회지가 아닌 이곳 파주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인데, 다른 아빠들과도 허심탄회한 소통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소중한 것들을 새삼 얻고 듣고 봅니다. 어린이집 이곳 저곳을 헤짚고 다니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예리 나름의 작지만 아기자기한 세상이 어느새 형성되어 있음을 봅니다. 그리고 파주의 밤하늘과 살랫바람과 풀내음과 나뭇잎소리를 느낍니다. 저마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웃 아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민도 일고 또 동질감도 느낍니다. 철학을 가진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를 봅니다.



 



책임감으로 내려앉은 저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 무게가 사실은 행복의 무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없이 소중한 예리와 함께 그리고 둘째 예학이와 함께, 이젠 파주 혹은 전국 곳곳으로. 선한 풍경들을 찾아 캠핑길을 나설까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 아기들에게,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변치 않는 그것. ‘한없이 사랑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경선



한국입법정책학회 이사┃파주 법흥리 거주 ┃법정책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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