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두레생협] 우렁이, 여자를 닮았네
입력 : 2015-04-17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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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여자를 닮았네
장가 못간 외로운 농부의 “농사는 져서 뭐 하나?” 하는 독백에 “나랑 먹고 살지!” 하고 답하는 당돌한 그녀. 보는 이 없는 틈, 살며시 나와 따뜻한 밥상을 차려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명랑하고 아름다운 그녀. 누군들 그녀를 바라지 않을까. 우렁이는 꿈 같은 여인이다.
우렁이가 여자의 모습으로 똑 떨어지는 데는 ‘밥상’의 역할이 크다. 집안 곳곳에서 살뜰히 분주하지만 존재감에서는 남자 보다 아래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때가 되면 따신 밥, 뜨거운 국을 차려내는 그녀의 밥상은 하늘 같은 것이다. 밥상으로 하늘이 되는 여자, 우렁이.
우리의 밥상에 우렁이만한 것이 있을까. 촉촉한 속살을 된장과 버무려 끓여 내는 우렁된장국, 쌈장. 무엇이라도 하늘을 만들어 낼 것이다.
태생이 청소부이기도 한 우렁이는 못이나 논에서 작은 생물들을 먹고 살고, 백로의 먹이가 된다. 농약의 오염으로 수가 극히 줄어들고 있지만 유기농법의 공로자이기도 하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열이 있을 때, 술독을 풀 때 해결사가 된다. 껍데기는 위에 좋다고 한다.
우렁이는 논의 청소부이면서, 우리네 쓰린 속도 풀어주는 청소부이기도 하다. 하늘은 밥상인들 청소부인들 그리 상관하지 않을 만큼 넓고 깊은 것이다.
이해정 / 고양파주두레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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