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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㉜ 헤이리 동네부엌 코지하우스

입력 : 2016-04-14 15:28:00
수정 : 0000-00-00 00:00:00

 
 매화는 광양이나 섬진강 근처에만 피는거 아니다. 파주 우리 집 뒷뜰에 매화나무를 삼십그루 남짓심었더니 요즘 한그루 두그루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얀 밥풀같은 꽃망울을 톡톡 터트려주는데 그 은은한 향내에 그저 황홀하기만 한 봄날이다. 봄은 잃었던 입맛을, 둔해진 미각을 되찾는 계절이다.

 

 보실보실 날콩가루에 무쳐 끓인 냉이국, 쑥국이나 또 쌉싸름한 민들레 겉절이가 생각나면 찾아가는 식당이 우리동네 헤이리의 코지 하우스이다.

 

 

방앗간집 큰딸

 이 마을에 살면서 유해분사장님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한사람도 없을 듯하다. 변변히 한끼 먹을데 없는 집 몇 채 안되는 황량한 마을, 초기에 코지는 시골이모님댁이었다. 오늘 호박죽 쑤었다고 지나가는 이웃을 불러 먹이는 푸근한 인심에 맛있는 집밥과 식혜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헤이리가 좋았었으니까. 유해분사장님의 음식 잘하는 재능은 다분히 친정탓이다. 고향 파주에서 방앗간을 두 개씩이나 운영하셔서 쌀이면 쌀, 떡이면 떡, 조청 식혜 등 어려서부터 늘 일상으로 보아온 눈썰미와 율곡리 유씨 집성촌에서 모든 음식을 도맡아 하신 친정어머니의 손끝 매운 손맛을 어떻게 버릴 수 있었겠는가.

 

맛있는 종합선물세트

 코지는 먹고 싶은 음식이 늘 가득하여 뭘 먹을 지 고민이 된다. 간장게장은 오월에 직접 태안으로 내려가 암게만을 골라 담궈 꽃게 뚜껑에 가득찬 노란 알과 내장 맛이 슴슴하니 안짜고 고소하다. 이집 만두는 만두피까지 직접 만든다. 평양식 만두인데 사골국물로 떡만두국으로 끓여내는데 언제 먹어도 식당만두가 아닌 어린시절 먹었던 만두다. 창가에 앉아 만두 빚는 주방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맛있는 영양돌솥밥에 나오는 반찬은 항상 한상 가득이다. 모둠전에 잡채, 제철나물 무침과 따로 판매도 하는 곰취, 방풍, 초석잠, 매실장아찌와 돼지고기 볶음과 각가지 김치등이 푸짐하다. 곤드레밥도 있다. 정선에 살고 있는 동생이 깊은 산의 정선곤드레를 조달해주기도 하지만 봄만 되면 좋은 곤드레 찾으러 떠나는 유사장님의 바지런함이 늘 풋풋한 밥상이다. 시댁이 제주여서 옥돔구이도 있다. 참기름 발라 노릇노릇하게 잘 구은 옥돔에 따끈한 돌솥밥은 궁합도 맞다. 육개장도 얼큰하고 시원하다. 참 빈대떡도 감자전도 있다. 음식재료 선택에 남다른 시간과 정성을 쏟는 유사장님이어서 메뉴가 여러 가지여도 하나도 소홀함 없는 코지하우스. 난 이 집을 맛있는 종합선물세트라 부른다.

 

 

책이 있는 식당

 코지는 헤이리 8번 게이트로 들아가면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가게문을 들어서면 식당인지 도서실인지 가득 책장을 메운 책들이 있다. 이 댁 바깥 양반이신 철학교수께서 화이트헤드의 철학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이웃들에게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한 코지 하우스가 자랑스럽다.

 

 

 

코지 하우스

전화번호 031 948 3440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12

매주 월요일은 쉽니다.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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