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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㉒ 이것은 동화일까?

입력 : 2015-08-28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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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동화일까?

 

동화의 사전적 정의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 대체로 공상적ㆍ서정적ㆍ교훈적인 내용"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보자. "섣달 그믐날 밤, 한 굶주린 성냥팔이 소녀가 추운 거리를 걷고 있다. 성냥을 팔지 못하면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소녀는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 한 개비를 긋는다. 밝게 빛나는 불꽃 속에서 환상이 소녀 앞에 차례로 나타난다. 몸을 녹일 수 있는 큰 난로, 따뜻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 그리고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크리스마스의 트리에 켜진 촛불은 하늘로 올라가 밝은 별이 된다. 그 불빛 속에 할머니가 나타나자 소녀는 자신도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소녀는 할머니를 계속 머물러 있게 하기 위해 남은 성냥을 몽땅 써버린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안긴 채 하늘 높이 올라간다. 날이 밝자 어느 집 굴뚝 곁에 미소를 띤 채 얼어 죽은 소녀의 시체가 있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 얘기에서 서정과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지독한 가난, 생존의 기본 조건인 한 겨울의 따뜻한 난로와 음식을 환상 속에서나 볼 수밖에 없는 출구가 없는 가난, 아이가 얼어 죽어가도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형편없는 구제 시스템이다. 

 

『인어공주』는 어떤가? "짝사랑하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았던 아리따운 인어는 결국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려면 목숨을 버려야 할 만큼 전통과 관습의 벽은 강고하다. 아무리 목소리가(마음이) 아름다워도 외모(두 다리)가 미끈하지 않으면 여자는 남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

 

우리 주변에 더는 성냥팔이 소녀와 인어공주는 없는가? 아이들의 눈으로부터 절망과 분노와 슬픔의 현실을 동화라는 이름으로 계속 가려야 할까?

 

작가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은 지독하게 가난한 소년기를 보냈고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성냥팔이 소녀와 인어공주를 두고 결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종일 (지혜의 숲 권독사)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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