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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26) 모택동이 닉슨에게 써준 시

입력 : 2021-06-02 08:47:01
수정 : 0000-00-00 00:00:00

이해와 오해 (126)

모택동이 닉슨에게 써준 시

저술가 박종일

19722월 북경 중남해에 있는 모택동의 서재에서 모택동과 닉슨이 만났다. 이때 모택동은 79, 닉슨은 59세였다. 서재에서 외국 국가원수를 만난 것은 이때가 세계외교사에서 처음 있는 사례였다.

 

 1972221일 베이징 도착 직후 마오쩌둥을 만나고 있는 닉슨(출처 : 바이두)

 

닉슨은 모택동에게 아와마루(싱가포르에서 일본으로 가던 수송선. 1945328일에 대만해협에서 미군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황금 40, 백금 12, 군인과 민간인 탑승자 2008명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수장되었다)의 구체적인 침몰위치를 표시한 지도,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11(19697월에 달에 착륙)가 달에서 가져온 토양 표본, 신강성 로프노르 호수의 위성사진, 사향소 한 쌍, 미국 삼나무 한 그루, 미국 홍송 네 그루를 선물했다.

 

모택동의 답례품은 판다 곰 한 쌍, 마오타이 술 몇 병, 중국차 대홍포(大紅袍)” 200그램, 그리고 닉슨이 요청한 모택동의 자필 시 한 수였다.

 

중국 측이 준 예물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후일담이 몇 가지 전해지고 있다. 연회장에서 중국 총리 주은래가 마오타이 술이 담긴 잔에 성냥으로 불을 붙여 술이 불타는 모양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귀국한 닉슨은 가족들에게 불타는 술을 보여주려고 마오타이 한 병을 접시에 붙고 불을 붙였다가 식탁을 불태울 뻔했다고 한다.

키신저가 주은래에게 대홍포 차의 양이 적다고 말하자 주은래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그 차는 중국 전체 1년 생산량이 500그램이니 중국 천하의 절반 가까이를 대통령께 드린 것입니다.”

모택동이 닉슨에게 써준 시는 4언절구 312자인데 다음과 같다.

노수좌등(老叟坐凳), 상아분월(嫦娥奔月)  주마관화(走馬觀花)"

 상아는 곤륜산에 사는 여신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로 달아난 전설 속의 여인/ 주마관화 -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의 시 등과후登科後의 한 구절).”

 

모택동 자신은 이 시의 의미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이 시를 두고 미국의 중국사 전공 학자인 로스 테릴(Ross Terrill, 1938~ )은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노수좌등: 세계 최선진국과 세계 최대국의 국가원수가 함께 걸상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상아분월: 미국 우주선의 달 착륙 성공을 축하한다.

주마관화: 달리는 말 위에서 꽃을 보듯 닉슨의 방문 기간이 짧아 중국의 표면 일부만을 보게 되어 유감이다(또는 중국의 깊고 오랜 문화와 역사를 미국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중국 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시에 대한 일치된 해석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

노수좌등: 늙은이(모택동 자신을 가리킨다. 59세인 닉슨은 모택동과 함께 노인으로 불릴 나이가 아니다)가 걸상에 앉아 (당당한 자세로) 손님을 맞이한다.”

상아분월: 중국에서는 이미 상고시대에 상아가 달에 갔고 가까운 장래에 우리도 달 탐사선을 보낼 것이다(19704월에 중국도 인공위성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주마관화: 중국을 이해하려면 이번 한 번의 방문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19722, .중 양국은 상해코뮤니케를 통해 양국간 관계정립의 중요한 원칙(“사회제도와 대외정책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상대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평등호혜와 평화공존의 원칙을 지킨다”)에 동의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중국도 달에 사람을 보냈고 화성탐사선도 보냈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겨루려하고 미국은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국가 간의 약속이란 불변이 아니다. 나는 모택동의 시를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노수좌동: 두 강대국이 마주앉은 장기판에서 우리는 졸이 될 수 있다.

상아분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달과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주마관화: 그들의 우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결코 주마관화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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