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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14] 유행어(1) ‘사바사바’, ‘사쿠라’, ‘아더메치’

입력 : 2020-06-02 12:06:08
수정 : 0000-00-00 00:00:00

이해와 오해 [114] 유행어(1) ‘사바사바’, ‘사쿠라’, ‘아더메치

저술가 박종일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행어 가운데 하나가 미투가 아닌가 싶다. 유행어는 그것이 사용된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지난 시대의 유행어를 불러내면 그 시대의 모습이 보인다.

‘38따라지따라지는 원래 체구가 왜소한 사람을 일컫기도 하고 화투판에서 힘없는 한 끗을 일컫는 말이다. 남북이 분단된 뒤 38선을 넘어온 월남민을 ‘38따라지라 불렀다. 근거지를 상실한 난민의 힘든 처지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다.

50년대 유행어에 사바사바’, ‘’, ‘골로 간다’, ‘얌생이 몬다’, ‘사쿠라가 있었다. 뒷구멍으로 은밀하게 행해지는 부당거래와 뇌물제공 행위를 사바사바라 하였다. 해방과 한국전쟁 뒤의 혼란 속에서 법질서가 정착되지 못했을 때 뒷거래가 성행한 사회상을 반영한 말이다. ‘은 영어 back이 어원인데 권력과 금력의 배경을 가리킨다. 6.25전쟁 중에 병사가 죽으면서 !’하고 외쳤다하는 재담이 있었다. 빽이 없어 군대에 끌려왔다는 풍자이다.

골로 간다산골짜기로 간다의 준말인데, 이 말은 죽는다는 뜻이다. 6.25전쟁 중에 피아를 가릴 것 없이 양민을 학살할 때는 산골짜기로 끌고 갔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얌생이 몬다(다른 일을 핑계대고) 물건을 훔친다는 뜻이다. 방목하던 염소가 미군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염소(경상도말로는 얌생이)를 찾는다는 핑계로 허락을 받고 미군부대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물건을 조금 훔쳐 나왔고, 재미를 붙여 이런 일을 되풀이 했다. 곤궁하던 시절 미군물자에 기대던 상황에서 주로 부산 인근지역에서 유행한 말이다.

사쿠라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푸줏간에서 쇠고기 속에 말고기를 섞어놓고 쇠고기인양 파는 속임수가 원래의 뜻인데 진화하여 진짜 속에 섞인 가짜를 가리켰다. 말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비슷하지만 좀 더 밝은 (벚꽃, 사쿠라)색을 띠는 것을 비유하여 나온 말이다. 야당정치인 가운데서 정부 여당의 사주를 받고 야당의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인물을 사쿠라라고 하였다. 원시적인 정치행태가 횡행하던 시대를 보여주는 유행어이다.

60년대는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계획경제를 바탕으로 고속성장이 이루어진 시대이다. 당시의 유행어에는 이런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신악이 구악을 뺨친다는 유행어가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내건 명분이 구악을 일소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들 자신이 집권 초기부터 각종 대형 부패 스캔들을 만들어내자 이를 빗댄 말이다. 공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계층분화가 생겨났다. 이때 공돌이, 공순이란 말이 나왔다. 새로운 목표와 방식에 따라 교육받은 세대가 나오면서 기성세대의 행태를 폄하하는 유행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꼰대(선생, 아버지)’, ‘깔치(애인)’, ‘형광등(눈치가 무딘 사람)’, ‘이거 되겠습니까?’, ‘왕창’, ‘아더메치(니꼽고, 럽고, 스껍고, 사하다)’ 등의 속어가 주로 청소년층에서 유행했다.

정치판에서는 3선 개헌문제를 중심으로 여당 내부에서는 추진 여부를 둘러싸고, 야당 내부에서는 반대투쟁의 방식을 둘러싸고 다 같이 주류비주류가 대립했다. 시민들의 술자리에서도 주류(술만 마시는 사람)’비주류(안주만 축내는 사람)’가 대립하여 개헌문제로 빚어준 정치의 혼란상을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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