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오해 [92] 안나 루이스 스트롱
수정 : 2018-09-27 21:18:43
이해와 오해 [92]
안나 루이스 스트롱
박종일
1985년에 중국 정부(우전부)는 “중국인민의 벗”이란 제목으로 저명한 미국 작가 겸 기자 세 사람-아그네스 스메들리, 안나 루이스 스트롱, 에드가 스노우가 중국 공산혁명을 지지해준 공적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했다.
국공 내전시기에 연안으로 쫓겨 온 중국공산당은 여러 분야에서 외부세계와는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었다. 그만큼 국민당의 포위망이 튼튼했기 때문이었다. 중국공산당은 자신의 존재와 이념과 정강을 외부세계에 알려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었다. 공산당은 서방의 기자들을 연안으로 초청했고 많은 서방기자와 작가와 학자들이 국민당의 봉쇄망을 비밀리에 돌파하여 연안을 찾았다. 그들이 쓴 기사와 방문기는 외부세계에 중국공산당의 존재를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중국내에서는 국공합작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났고 서방세계에서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이 생겨났다. 스메들리(1892~1950년)가 연안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관 주덕을 인터뷰한 ‘위대한 길(1956년 출간)’이란 책은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다. 스노우(1905~ 1972년)가 역시 연안에서 모택동을 인터뷰한 ‘대륙의 붉은 별(1937년 출간)’도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스트롱(Anna Louise Strong, 1885~1970년)은 중국에 관한 기사와 여행기를 스메들리나 스노우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많이 쓴 인물이지만 소개된 저서가 없어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스트롱은 청년기부터 아동복지와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진보적인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그는 23살에 시카고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1908년) 일생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다량의 신문기사와 30여 권의 책을 썼다.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고 [중국의 대중: 1927—1935년의 혁명투쟁], [인류의 1/5], [중국의 새벽], [백만 농노가 일어서다], [나는 왜 72세에 중국에 왔는가], [수억의 중국인] 등 중국 관련 책을 냈다. 1921년부터 1923년까지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사회주의 혁명 후기의 쏘련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1925년에 처음 중국을 찾은 후로 여러 차례 중국을 찾아와 상해, 무한 등 도시와 서북지역, 호남지역의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을 취재 보도하였다. 1930년에는 쏘련 정부가 발행하는 영자신문(‘모스크바신문’)을 창간 편집하였다. 그 후 중국 공산당의 해방구를 찾아 그들의 활동상을 상세히 취재 보도하였다.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기사를 싣지 않는 미국 주류언론의 방해와 무시를 뚫고 중국의 실상을 미국시민에게 알린 그의 기사는 미국 행정부의 중국공산당에 대한 시각을 우호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하였다.
스트롱은 노동자의 빈곤의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라고 믿었고 자신은 사회주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기자였다. 중국 지도자들을 호의적으로 취재한 기사 때문에 소련으로부터는 기피 대상이었고 결국 소련에서 체포 추방된 후 중국에 정착하였다. 미국 정부로부터도 사회주의 동조자라 하여 기피인물로 낙인찍혀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특별한 배려아래 북경에 정착하여 살았다. 문화대혁명 기간에도 위해를 받지 않았고 1970년에 향년 85세로 북경에서 숨을 거두었다. 북경 팔보산 혁명열사능에 묻힌 그의 묘비명에는 ‘미국의 진보적 작가이자 중국인민의 벗’이라고 새겨져 있다.
스트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인물이지만 분단 후에 남북한에 각기 단독 정부가 수립될 때의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며 날카로운 기사와 논문을 남겼다. 특히 그는 북한 정권 수립 당시의 내부 상황을 현장에서 자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Inside North Korea: an Eye-witness Report란 소책자(1949년 출간)를 남겼는데 지금 읽어도 분단 이후 한반도의 우울한 정세를 예견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글은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 1989년), 제5권에 번역 수록되어 있다. 또한 https://www.marxists.org/reference/archive/strong-anna-louise 로 들어가면 영어 원문 전물이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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