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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스민 역사

입력 : 2014-11-12 2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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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말을 낳고 말에서 역사를 찾을 수 있다"





역사를 ‘말’하기. 말이 힘을 잃고 있는 사회다. 말은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사회는 신뢰가 없다. 아기들 옹알이만큼의 의미도 없는 말을 함부로 뱉어낸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운동의 명망가일수록 말은 더욱 헛되다. 무엇이 사랑인지, 무엇이 진정인지, 시간이 갈수록 값 싼 말의 숲에 사람들은 갇힌다.



삶- 사랑- 사람은 고운 세 자매처럼



지금까지 우리민족이 함께 만들고 써 온 우리말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말은 시간에 조탁되었고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새롭게 창조되었다. 시간은 언어에서 역사를 휘발시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원형은 남아있다.



가령 삶-사랑-사람은 어떤가? 우리 민족이 분명 이 세 낱말을 각기 떼어 놓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은 의미 이전에 그 꼴에서 나온다. 참 고운 세 자매처럼 닮았다. 하지만 이 셋을 한자로 표음한다면 그 꼴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상고사에는 선뜻 알아먹기 힘든 말들이 많다.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와 백제, 신라시대의 지명/왕명/관직명은 삼국사기조차 잘 못 풀이한 말들이 많다. 한자를 빌려 음역한 때문이다. 민세 안재홍의 [조선상고사감]은 그러한 의문을 풀어줌과 동시에 지금 쓰고 있는 우리말에 서 역사를 추론할 힌트를 준다.



왕을 뜻하는 마립간은 산마루



고구려에는 욕살이라는 지방장관이 있다. 이 욕살[褥薩]의 음가를 우리말에서 찾으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말 '놓'은 늘-매일이라는 뜻이다. 시골말의 기억에 '노상'이라는 말이 있다. 매양-매일-으례의 의미가 된다. 이 말에 ‘사리’가 붙었다. ‘살이’로 풀면 살다가 되고 ‘사리’로 풀면 사뢰다-말하다가 된다. 이리하여 욕살의 원형은 노사리가 된다. 한 곳에 늘 머물면서 군왕에게 주둔지의 사정을 알려주는 관직이다.



간은 당연히 한 또는 검으로 왕이다. 징기스칸의 칸도 간이다. 간,한,검은 단군왕검에서 보듯이 정치적 지배자이다. 고구려의 막리지 또한 마찬가지다. 마립과 막리는 같은 음가이다. 부여는 뵈어에서 왔다. 생명을 밴다는 의미다. 한[韓]도 그러하다. 왕이라는 의미 외에 우리말 한은 하나이며 넓은 것이며 큰 것이다. 우리 국호 대한민국은 ‘큰큰민중의 나라’, ‘크고 넓은 사람들의 나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는 말을 낳고 말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호흡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역사는 그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그러므로 여전히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 상고사가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말을 잊은 때문이 아닐까.



‘합리’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미 그 ‘합리’가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것을 눈으로 보는 지금! 우리말에서 역사를 꿈을 꿀 때가 아닌가!



 





김영수 (역사교육 바로세우기 네트워크 공동대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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