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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풍경] ④ 광탄 대장간

입력 : 2015-11-21 13:18:00
수정 : 0000-00-00 00:00:00

광탄 대장간

 

 

 

대장장 한근수(71세) 어르신이 오랫동안 꾸려오던 ‘파주대장간"을 처음 방문하던 날 대장간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와 함께했던 공간과 연장들이 그를 대변하는 듯 했다. 조심스레 구경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는 "뭐요?" 라는 말과 함께 나타났다. 그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허전하던 내 마음에 든든한 닻이 내려 앉은 것 같았다. 인사를 드리며 궁금했던 것들을 말씀드렸는데 "선생님, 혹시 일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라는 물음에 "이제는 일이 없어서 가르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젊은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씁쓸함이 묻어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일회용 제품, 편리함을 추구하는 태도와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과 삶을 돌볼 줄 아는 태도의 차이는 무얼까. 

 

나는 어느새 비싼 자동차, 새로운 전자기기와 옷 을 매번 소비하고 버려야하는 의식 속에 살고 있었을까. 그렇다고 장인의 손으로 만든 제품이 모두 멋지다고 생각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사회의 의식 속에 내가 갖혀버린 것에 대한 의문이다. 

 

내 작은 행동들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면 앞으로도 지금 같이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든다. 왜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을 하지 못했을까.

 


 

사진, 글: 이우재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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