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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종교의 사제가 아닌 예술의 사제가 되기로 한 젊은이 『젊은 예술가의 초상』

입력 : 2021-04-23 06: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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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종교의 사제가 아닌 예술의 사제가 되기로 한 젊은이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지음, 성은애 옮김, 열린책들)

 

 

제임스 조이스의 고향 아일랜드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모순이 계속되고 있었다. 영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은 심각한 내부 분열 중이었다. 아일랜드는 영국 성공회에 맞서 가톨릭을 고수했는데, 이 당시만 해도 가톨릭은 육신을 영혼의 원수로 보는 전근대적 세계관을 강하게 고수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창조적 정신을 억압하는 사회를 향한 환멸이 예술을 향한 헌신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드러낸다. 우선 상승과 추락의 반복이다. 신화 속 다이달로스처럼, 주인공의 내적 상태가 솟구쳤다가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한다. 또 하나는 주인공이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문득 강렬한 정신적 경험을 얻고 변화하는데, 문학용어로 에피파니(epiphany)라고 한다. 소설은 에피파니의 연속이다. 

특히 4장 마지막 부분의 에피파니는 참으로 아름답다. 주인공은 한때 가톨릭 사제가 될까 고민했다. 그러나 해안가에서 새의 이미지를 한 소녀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에피파니가 계기가 되어, 자신의 길은 인간의 본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며, 종교보다는 예술이 자신이 갈 길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그녀의 이미지가 그의 영혼으로 영원히 들어왔고, 어떤 말로도 그가 느끼는 황홀경의 거룩한 침묵을 깨뜨릴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그를 불렀고 그의 영혼은 그 부름에 날뛰었다.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고, 삶으로부터 삶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232쪽)

소설은 주인공이 ‘삶이여, 오라. 나는 이제 백만번씩이라도 경험의 현실과 만나러,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종족의 의식을 벼려 내러 간다’는 독백과 함께 고향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소설은 질문한다. ‘무엇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한 가지 더 있다. ‘추락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

 

유형선 (‘탈무드 교육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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