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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입력 : 2018-05-09 11:03: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신간책꽂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류승연, 푸른숲



7년째 초등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용기를 내 중학교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중학교에서의 첫 날, 담당 선생님께서 교내 특수학급에서 책을 읽어 줄 것을 권하셨습니다. 봉사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내보였고 봉사활동에 강제성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선생님의 제안은 곧 유야무야가 돼 버렸습니다.

특수학급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이 뭐가 그리 두려워서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못했을까요? 중학생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사춘기 아이들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처럼, 발달장애아들로 구성된 특수학급에서 책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발달장애아에 관한 책을 구해서 읽어보기로 맘먹었습니다.

10년째 발달장애아의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 씨가 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아들 동환이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한 승연 씨의 이야기를 통해, 발달장애아와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는 열배 쯤 힘이 더 들지만, 발달장애아의 ‘어린왕자’ 같은 순수함은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는 ‘병’이 아니라 느리게 커가는 ‘특성’으로, “아갸갸갸” 발달장애 아이들이 내는 낯선 소리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며, 그들이 보이는 상동 행동은 불안한 마음과 감각을 스스로 진정시키기 위한 자기자극 행동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승연 씨가 말합니다. “나는 바란다. 대한민국의 많은 어린왕자들이 무사히 지구에 안착할 수 있기를. 지구 적응에 실패해 ‘나 홀로 행성’ 안에 갇혀 버리거나 우주로 떠나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게 되기를. 그렇게 되도록 지구인들이 조금만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봐 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읽고서 두려움은 곧 무지(無知)에서 온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제 지구의 생활양식을 천천히 습득하는 ‘어린왕자’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비로소 목소리를 내봅니다. “예! 제가 하겠습니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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